아내도 내가 주부습진 걸렸다니까 꽤 신경이 쓰이나 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내가 설거지하려고 했더니
“고무장갑 끼고 하던가!”
“아니면 내가 할게, 당신이 뒷정리하고 청소기 한 번 돌릴 거야?”
“아니 내가 할게!”
그런데 고무장갑을 끼고 설거지하는데 영 어설프다.
접시가 미끄러워 떨어트릴 수 있을 것 같고
젓가락은 가늘어 잘 집히지도 않는다
“캬~ 이거 생각보다 어려운데!”
“아이고 쉬운 것이 어디 있겠어?”
“하긴!”
그러면서 아내는 미덥지 않아 내가 설거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생각해 보니
아내도 설거지할 때 늘 고무장갑을 끼고 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예전에는 늘 보던 모습이라 별것도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다르게 보였다.
왜 그런지 물어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동안 나는 설거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고, 아내를 많이 도와줬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고무장갑을 끼고 있는 내 모습이 낯설었고, 그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접시 하나 씻는 일에도 익숙함이 필요했고,
그 익숙함 뒤에 오래 반복한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싱크대 한쪽에 벗어놓은 빨간 고무장갑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그저 부엌에 있는 물건이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누군가의 손을 지켜주는 물건.
그리고 어쩌면, 함께 살아온 사람의 수고를 뒤늦게 보게 해주는 물건이었다.
“고무장갑 더 큰 것 없어?”
“있지”
“줘”
“설거지에 최적화된 손이라면서”
“그건 뭔 소리야?”
“당신이 옛날에 그랬어!”
아직은 고무장갑을 끼고 하는 설거지는 아직은 엉성하고 어색하다.
그래서 맨손으로 그냥 하기도 하고, 고무장갑을 끼기도 한다.
다만 아내는 여전히 내 손이 신경 많이 쓰이는지 설거지 끝나면 꼭 한마디 한다.
“빨리 로션 듬뿍 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