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나의 파트너

by고로케

육아를 하다 보면 건전지가 많이 필요하다. 나는 열매를 낳기 전에는 건전지를 1년에 많으면 2개 정도 사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열매를 낳고 불과 5개월 사이에 16개의 건전지를 사서 사용 중이다. 타이니 모빌이나 점퍼, 꼬꼬맘, 동요 주크박스 등 어지간한 장난감에는 모두 건전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육아 장난감은 시도 때도 없이 계속 틀고 동작까지 하기 때문에 전력 소모도 큰 편이라서 빠르게 건전지가 닳는다.


빨리 닳는 건전지를 교체하는 것도 일이다. 건전지를 교체하다 보면 육아 장난감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용품들은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어야 건전지를 교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보통의 가전은 손으로 밀면 건전지 교체 커버가 열리지만 육아 용품은 나사로 단단히 잠겨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일일이 드라이버로 열어야 할 만큼 번거롭게 만들었을까 의아했는데, 사용하다 보니 그 이유를 알았다. 아기는 마구 던지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 보니 나사로 단단하게 고정하지 않으면 쉽게 분해될게 분명했다. 거기다가 아이가 장난치면서 커버가 쉽게 열려 입으로 건전지를 삼키게 된다면 그 또한 큰일이다.


처음에는 습관대로 건전지를 모두 빼서 교체했는데 많은 양의 건전지를 쓰다 보니 이건 낭비라는 생각도 들었다. 장난감에는 2-3개의 건전지가 들어 있는 데 하나씩만 빼서 교체해도 장난감은 잘 작동했다. 장난감이 작동되지 않는다고 모든 건전지가 방전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렇게 교체하다 보니 건전지를 마구 버리지 않고 조금은 절약할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 꽤 많은 건전지에 의지하면서 육아를 하고 있다. 잘 되던 장난감이 갑자기 작동하지 않으면 낭패다. 집에서 건전지를 찾으려고 해도 이럴 때마다 꼭 머피의 법칙이 작동한다. 이를 테면, AA 건전지가 필요하면 AAA 건전지만 있고 AAA 건전지가 필요하면 AA 건전지만 있는 상황이 늘 있다. 결국, 급하게 편의점까지 가서 건전지를 사 온다. 꼬꼬맘의 요절복통 댄스면 열매의 울음도 그칠 수 있는 데 꼬꼬맘 건전지가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요절복통 댄스를 춰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전업 육아를 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팀이 있다. 내가 분유를 먹이면 열매의 소화를 도와주는 든든한 점퍼, 잠이 오려고 하는 열매에게 잠을 재워주는 타이니모빌, 잠에서 깨면 한 바탕 배밀이 운동을 도와주는 꼬꼬맘, 운동이 끝나고 울음을 터트릴 때는 동요로 울음을 달래주는 배추머리 주크박스 장난감이 바로 내 든든한 팀원들이다. 열매를 목욕시키고 재운 후, 널브러진 장난감을 치울 때는 가끔씩 뜬금없는 전우애까지 느껴질 정도다. ‘오늘도 수고했다. 애들아.’ 라는 소리가 마음속에 울려 퍼진다.


영화 토이스토리 3에는 대학생이 된 앤디가 자신이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과 이별하는 장면이 나온다. 거기서 장난감 우디는 멀리 사라지는 앤디에게 말한다. ‘안녕, 나의 파트너.’. 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부모에게 장난감이야말로 가장 좋은 파트너이지 않았을까. 만약 열매가 크고 이 장난감을 다른 사람에게 물려주거나 고장 나 버려야 할 시간이 찾아온다면 나도 서운한 마음을 추스르며 말할 거 같다. ‘수고했어. 나의 파트너.’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