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매장에 있는 동안 일어날까 두려워한 일들 중 하나는 벌레였다. 공원 바로 앞이라 언제든 각종 벌레가 들어올 수 있는 환경. 비교적 무심하게 벌레를 잡아주던 반려인이 없으니, 이젠 어쩌지.
변화의 날들 속에 그 위험을 잠시 잊고 있다가 어제 싱크대에서 마주했다. 연한 회색의, 길고 다리 많은 벌레를. 악 소리를 지르는 동안 빠르게 움직여서 처음엔 물을 뿌려 잡으려 했다. 다시 봤을 땐 거름망에 뭉친 무언가가 보였다. 저건가? 하며 망 전체에 휴지를 잔뜩 쑤셔 넣은 채 화장실로 갔다. 샤워기를 든 채, 그 이물질이 잘 빠지지 않는 데 대한 공포로 한참을 거의 울부짖으며 씻어냈다.
겨우 깨끗해진 망을 다시 끼우고 싱크대를 정리하는데 어디선가 나와 물에 둥둥 떠다니는 그. 숨어있었던 건지, 분명 녀석이다. 거름망에 낀 건 다른 이물질이었나.
뜨거운 물세례를 하니 배를 까고 눕는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차라리 도망치게 그냥 두자고 생각했다. 아니면 잠시 후 치워야겠다고. 시간이 지나, 사라진 듯해서 물을 뿌리는 순간 또 물살에 딸려 나온다. 멀리 갈 힘은 없는지 개수대 어딘가에 자꾸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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