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먹고 싶은 것처럼
그냥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읽는 것도
보고 듣는 것도
쓰는 것만큼 재미있지 않아서
읽고 보고 듣는 것이 뭉개진 소음으로 멀어지고
쓰고 싶다는 허기만 남는.
좋고 싫은 것
탐욕과 미움의 분별이 흐릿해지면서
크게 웃거나 화나는 일이 줄고
마음의 출렁임이 미미한 날들
다만 존재 하나하나가 내뿜는 공기와 소리
모습과 움직임이 낯선 순간이면
처음 눈뜬 생명이 삶의 첫 페이지를 열듯
쏟아지는 장면을 홀린 듯 목격한다.
그럼에도
불쑥 나타났다 사라지는 상태들,
실재를 가리키는 언어가 떠오를 때
모든 등장인물과 배경을 계속 흘려만 보내기엔
참을 수 없는 압력이 느껴질 때
노트북을 펼쳐 하얗게 비어 있는 화면을 띄운다.
손톱을 물어뜯고,
바카라상에 놓인 사물들을 관찰하다가도
전처럼 한 시간씩 막막히 앉아있지 않고
어느 순간 무엇이든 잡아채어 쓴다.
빵을 굽는 일이 나를 잘 살도록 지지하고
명상이 잘 죽어가도록 돕는다면
쓰는 일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더듬는 일일까
넘치지 않게
허무하지 않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만족할 때까지 덜고 더해봐야
완성이라는 오만한 마침표 대신,
엉성한 허공에 닻을 내릴 뿐.
삶과 죽음, 그림자와 빛을
동시에 뭉쳤다 분리하기를 거듭하는 유희
그 사이 틈을 붙드는 일
0.1g의 무게만 빼도 쓰러질 것 같은
맨들한 나무 블록들로 지은 탑처럼
떨리는 손으로
숨을 멈추고.
- 2026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