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가 가르쳐 주는, 잘 내려오는 법
발을 붙이고 발바닥과 발가락이 바닥에 잘 닿아 있는지 확인하세요.
허벅지를 안쪽으로 조이고 엉덩이에 힘을 준 뒤, 허리를 곧게 세워 가슴을 펴고 팔을 벌립니다.
타다 아사나.
숨을 마시며 양손을 천천히 올려 합장합니다.
우르드바 하스타 아사나
복부를 단단히 조이고, 양손을 길고 천천히 내려줍니다. 마침내 복부와 허벅지가 닿습니다.
우타나 아사나
요가의 시작이자 기본 중의 기본이라 불리는 ‘태양경배 자세’가 있다.
이 기본 동작을 이어가는 동안에도 내 몸은 끊임없이 힘의 균형을 맞추며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특히 상체를 숙여 아래로 내려가는 동작을 할 때면, 나는 속으로 주문처럼 되뇌는 말이 있다.
‘나는 고장 난 기계가 아니야.’
몸이 몹시 피로하고 힘에 부칠 때 그렇다. 힘이 들면 내려가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을 툭 놓아버리고 싶어진다. 새 기계는 올라갈 때나 내려갈 때나 부드럽고 매끄럽게 작동하지만, 오래되고 고장 난 기계는 내려올 때 중력과 힘의 균형을 잡지 못해 툭 하고 시끄럽게 떨어져 버린다. 그래서 나는 고장 난 기계처럼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하지 않기 위해, 그 문장을 마음속으로 되뇌며 중심과 호흡을 가다듬는다.
더 정성스레, 더 천천히 내려오기 위해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 년에 한 번씩 허리를 다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찾아왔었다. 몸에 무리하게 힘을 주다가 어느 순간 지치면, 중심을 받쳐주는 힘을 풀고 팔다리의 긴장을 제멋대로 놓아버리곤 했다. 그 거칠고 불균형한 몸짓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허리를 다치곤 했다.
그 씁쓸한 연례행사를 끝낼 수 있었던 시작에는 요가가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들어 올려졌던 팔다리가 다시 아래로 내려오는 순간일수록, 그 사지를 지탱하는 관절 주변의 근육들이 내 몸을 더 꽉 붙잡아 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코어의 힘이 단단히 밑바탕을 받쳐주도록 깊은 숨을 차분히 들이쉬고 내쉬며, 몸의 미세한 움직임 하나하나를 관찰하며 아주 천천히 내려와야 한다. 올라가는 동작이든 내려오는 동작이든, 몸의 어디에 중심을 두어야 하는지, 끝까지 힘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호흡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하는지 요가는 내게 가르쳐주었다.
몸의 오르내림이 결국 인생의 오르내림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 것도 요가를 배우면서부터다.
화면 속 유명인들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업 앤 다운(Up & Down)’은 화려한 조명만큼이나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어떤 이들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어 찬사를 받다가도, 어느 한순간 순식간에 추락하곤 한다. 그 극적인 오르내림을 보고 있노라면, 삶이란 '어떻게 올라가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잘 내려오는가'도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반면 김희애, 윤여정, 김해숙처럼 오랜 세월 자신의 자리를 단단히 지켜온 배우들이 있다. 그녀들은 단순히 '나이 듦'이라는 한정된 이미지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수십 년의 세월 동안 화려한 정상에도 서보았을 것이고, 때로는 스포트라이트 밖으로 밀려나는 어두움도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들이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힘은 어쩌면, 내려오는 시간을 단단히 하며 스스로 다치지 않게 잘 돌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제 속도를 잃고 급하게 추락하여 스스로를 상처 내는 대신, 자신의 변화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속도와 무게로 내려왔기에, 잊히고 소외되는 시기마저 가만히 버텨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기꺼이 다음 계절을 다시 맞아들일 수 있었다.
삶에는 누구에게나 오르내림이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정상에 올라섰다고 오만에 취하지 않는 것, 그리고 바닥으로 내려왔다고 해서 슬픔과 자학 속에 자신을 던져버리지 않는 것이다.
'나'라는 중심을 잃지 않고 지켜내는 태도가 몸을 내리는 과정과 닮아 있다.
그녀들이 도달한 높은 정상과 나의 정산이 같진 않겠지만, 나라는 보통 사람의 긴 삶에도 나름의 굴곡은 있었고, 앞으로도 또 찾아올 것이다.
그럴 때 나를 받쳐줄 내면의 중심, 곧 코어를 어떻게 단련해야 할까.
여전히 나는 올라가는 것도, 내려가는 것도, 인생에 어떤 길이 오더라도 다치지 않고 가는 방법을 잘 알지는 못한다.
그 물음의 답은, 그저 요가 매트 위에서 동작 하나를 수행할 때 내 팔다리에 힘을 제대로 주고 있는지, 내 호흡을 지키며 힘을 던지지 않고 잘 견뎌내는 수련을 하는 것과 같을 거라 믿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