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길 (ost. god)
어둠 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한이준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희미한 조명 아래로 드러난 구조는 아직 정확한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암석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우가 화면을 확대했다.
“화질이 너무 안 좋아.”
잠시 후
프로브의 조명이 아래쪽을 비추는 순간.
화면 한쪽에 수직으로 솟은 면이 나타났다.
지우가 숨을 들이켰다.
“벽 같은데.”
도윤이 다가왔다.
“암석 아니야?”
“잠깐만.”
지우가 영상을 정지시켰다.
화면을 확대했다.
표면은 거칠었지만 일정했다.
자연적인 암석처럼 불규칙하게 갈라진 흔적이 거의 없었다.
이준이 물었다.
“각도 계산해봐.”
지우가 데이터를 확인했다.
“거의 수직.”
“거의?”
“89.7도.”
잠시 정적이 흘렀다.
도윤이 말했다.
“자연적으로도 나올 수 있지 않나?”
엘레나가 대답했다.
“가능합니다.”
모두가 엘레나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현재 구조의 표면 특성과 주변 지질층을 함께 고려할 경우 자연적으로 형성되었을 가능성은 감소합니다.”
이준이 물었다.
“얼마나 가능성이 있습니까?”
“추가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더 내려주세요.”
“알겠습니다.”
프루브가 다시 내려갔다.
6미터.
7미터.
공동 내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단순히 넓은 공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프로브가 움직일수록 이상한 형태들이 화면에 나타났다.
수직으로 솟은 구조.
그 옆으로 이어진 평평한 면.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는 기둥 같은 구조물.
지우가 중얼거렸다.
“저거 전부 같은 간격이야.”
도윤이 화면을 바라봤다.
“기둥?”
“그렇게 보여.”
이준이 물었다.
“자연적인 구조일 가능성은?”
엘레나가 대답했다.
“현재까지 확보된 데이터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낮습니다.”
이준이 화면을 확대했다.
“크기.”
지우가 계산했다.
“기둥 하나당 높이 약 3.4미터.”
“간격은?”
“약 6미터.”
도윤이 천천히 말했다.
“누가 만든 것처럼 보이는데.”
이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화면 속 구조물을 계속 바라봤다.
잠시 후 말했다.
“다른 방향도 확인하자.”
프로브의 방향이 바뀌었다.
조명이 어둠 속을 천천히 훑었다.
그러자 벽면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공간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균열처럼 보였다.
하지만 센서가 가까워지자 형태가 분명해졌다.
두 개의 평행한 벽.
그리고 그 사이에 일정한 폭의 공간.
지우가 말했다.
“통로 같아.”
도윤이 화면을 바라봤다.
“통로?”
“응.”
이준이 엘레나에게 물었다.
“길이는 측정됩니까?”
“현재 관측 범위에서는 약 42미터입니다.”
“끝은요?”
“확인되지 않습니다.”
이준이 잠시 생각했다.
“센서를 통로 쪽으로 보내주세요.”
“위험합니다.”
“왜 안됩니까?”
“공동 내부의 구조적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준이 화면을 바라봤다.
“그래도 확인해야 됩니다.”
엘레나가 잠시 침묵했다.
“알겠습니다.”
센서가 통로 방향으로 움직였다.
몇 미터.
그리고 다시 몇 미터.
화면 속 통로가 점점 선명해졌다.
벽면에는 이상한 흔적들이 있었다.
규칙적인 홈.
반복되는 선.
그리고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작은 구조물.
지우가 말했다.
“저거 글자 아니야?”
이준이 화면을 확대했다.
“아직 모르겠어.”
도윤이 물었다.
“문자처럼 보이긴 하는데.”
엘레나가 분석을 시작했다.
잠시 후.
“현재 패턴은 자연적인 균열 형태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이준이 물었다.
“그럼 어떤 것입니까?”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준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화면 속에는 아무도 없는 통로가 있었다.
오랫동안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구조는 무너지지 않았다.
벽도 그대로였다.
기둥도 그대로였다.
그리고 통로 안쪽에는 아직 확인하지 못한 어둠이 남아 있었다.
강도윤이 낮게 말했다.
“이거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준은 잠시 생각했다.
“당연히 해야지.”
그는 엘레나에게 통신했다.
“아르테미스 중앙 관제실에 전송해주세요.”
“네. 지금까지 확보된 모든 데이터를 전송해서 재분석하도록 하겠습니다.”
잠시 후.
이준은 다시 시추공을 바라봤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이곳은 단순한 시추 작업 현장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화성의 지하에 존재하는 정체불명의 구조물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누구도 그곳을 건축물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직은 너무 많은 것이 부족했다.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
누가 만들었는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그들은 아직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엘레나가 말했다.
“한이준 대원.”
“네.”
잠시 후.
“추가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4장 길 끝
5장 시간을 거슬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