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추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었고, 역시나 나는 그녀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어떻게 딸이랑 연락을 딱 끊고 살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 나도 한 여자로서,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엄마도 그때, 엄마의 조개집을 벗어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일본어를 붙잡고 있던 것도, 그 오랜 준비였는지 모른다. 그 대가로 무엇을 치렀는지는 알 수없다. 이별한 남자 친구를 보내듯, 난 엄마를 내 마음속에서 보내주었다. 그게 용서라면 용서일까. 평생 힘들게 산 한은진이라는 여자가, 진짜 자유를 향해 날아갔기를 바랄 뿐이다.
몸살을 호되게 앓은 이후로, 바카라은 그만 읽었다. 대신 틈틈이 시도했던 명상을 열심히 했다.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꽃잎이는 이상한지 연신 내 입을 핥았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지금에 집중했다. 호흡을 길게 할수록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사람들이 미웠다. 누구는 짜증이 나고, 누구는 죽이고 싶고, 누구는 재수가 없었다. 그렇게 명상하다가 눈물이 터져 나와 한참을 울며 잠이 들곤 했다. 그것도 깊이. 나는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오롯이 그 소녀를 만나기 위해. 미처 돌보지 못했던, 사랑이 고팠던 그 아이. 혼자 비를 맞고 있던 그 아이가 울고 있었다.
서럽고, 서운하고, 억울한 감정이 걷히자, 죄바카라감이 올라왔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못되게 했던 행동들이 하나둘 떠오르더니, 나중에 보복당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부터, 나의 치부가 세상에 다 알려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까지 올라왔다.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그 아이는 이제 떨고 있었다. 나는 신께 기도했다.
'저를 용서하세요. 반성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발 저를 세상 속으로 다시 보내주세요. 너무 두렵습니다. 언제까지 저를 이 방에 가두고 계실 생각이세요? 저는 세상으로 나갈 용기가 나질 않습니다. 다들 저를 미워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