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복도를 걷는다. 3층, 2층, 1층을 돈다. 바닥에서 슬리퍼 소리가 쩍쩍 난다. 방문에 귀를 대본다. 소리가 난다.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가 방바닥에 불빛을 비춘다. 바퀴벌레가 불빛에 흩어지듯, 아이들이 바카라상 밑으로 사사삭 들어가 자는 척을 한다.
“벌점이다. 얼른 자라.”
"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벌점이에요?”
시치미를 뗀다.
그렇게 나는 밤새 고요한 복도를 왔다 갔다 한다. 눈감고도 다닐 수 있는 길이 되었건만 아직도 정체 모를 소리가 들리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이들은 날 사감 쌤이라 부른다. 백수생활 3년 끝에 구한 온라인 게임이다. 기숙사에서 일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새벽 4시가 되면 교대 후 잠깐 눈을 붙인다. 그리고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이들을 깨운다. 방마다 문을 열고 외친다.
“아침점호. 7시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날벼락을 맞은 적이 있다.
“아이씨. 갑자기 키면 눈부시잖아요. 불 꺼주시면 안 돼요?”
그 이후로는 아이들 상태를 봐가며 불을 켠다.
"불 켠다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이불을 눈 위까지 재빨리 끌어올린다. 7시 30분. 기상 노래가 기숙사 안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정말 깨워야 한다.
“얘들아, 7시 30분이다.”
화장하고 있는 아이에게 묻는다.
“정서, 일어났니?”
“....”
대답이 없다. 나는 키가 작다. 보이지 않는 이층 침대를 보려고 까치발을 들고 목을 쭉 빼서 침대를 바라본다.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 방으로 들어가 침대를 확인한다. 방에 들어오는 걸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지각하면 큰일이 나므로 과감히 들어가 흔들어서 깨운다. 바닥에 뚝뚝 떨어져 있는 물에 양말이 젖기 십상이다.
바쁘게 학교를 다 보내고 나면 8시. 이제부터는 청결도 검사 시간이다. 방을 둘러보고 항목마다 X 표시를 한다. 다음 날 아이가 내려온다.
“선생님 제가 왜 엑스에요?”
“아. 바카라상 정리가 잘 안 돼 있던데?”
“다른 애들도 다 이 정도로 지저분한데 왜 저만 엑스에요?”
“알겠어. 이번엔 지워줄 테니까 다음부터는 깨끗하게 정리하자.”
나는 또 패배한다. 꽃잎이한테 늘 그러는 것처럼.
기숙사는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다.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무엇보다 꽃잎이랑 낮에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기나긴 백수 생활을 마감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야간 근무를 하게 되었다. 저녁 8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 9시까지 근무한다. 기숙사 안으로 한 번 들어가고 나면 퇴근 시간까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나는 300명의 아이들과 그렇게 밤을 보낸다.
출근하자마자 기숙사에 있는 아이들 인원부터 확인한다. 방문을 노크하고 문을 연다. 바카라상에 앉아 있는 아이가 보인다.
“안녕? 혼자 있니?”
“네.”
계속 바카라상을 응시하며 귀찮다는 듯 대답한다. 머쓱해져서 조용히 문을 닫는다. 어떤 아이는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대답하기도 한다. 나는 아이들이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요즘 애들이 그러는 건지, 아니면 나를 마음에 안 들어하는 건지.
인원 체크를 마치고 오면 사무실에 앉아서 들어오는 아이들을 확인하고, 밤 11시에 점호를 한다. 12시에는 기숙사의 불이 꺼지며, 그때부터는 아이들을 조용히 시켜야 한다. 매의 눈으로 CCTV를 지켜보고 있던 팀장이 날카로운 음성으로 말한다.
“선생님 2층 올라가 보세요. 왜 애들이 바닥에 누워 있죠?”
나는 부리나케 올라가, 복도 바닥에 누워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에게 일어나라고 말한다. 나는 투명 인간이다. 하지만 팀장에게는 보인다. CCTV로 그녀가 날 지켜보고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벌점이라고 말한다. 몇 번이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당장이라도 문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진다. 창문을 활짝 열고 바람이라도 쐬고 싶지만, 밤 8시 이후에는 블라인드를 내리기 때문에 그마저도 불가능하다.
12시. 대문 잠그기는 일과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다. 현관부터 10m도 안 되는 길을 일부러 최대한 천천히 걸어 대문까지 도착한다. 날씨가 좋아, 달과 별이 또렷이 보이는 날은 운이 좋은 날이다. 담을 넘어 바람까지 훅 불어오면 마치 나를 만나러 반가운 손님이 온 것만 같아, 설레기도 한다. 그러다 떼 놓고 온 꽃잎이가 생각나 마음이 아픈 채 돌아온다.
네모난 건물로 들어서면 다시 그 눈들이 나를 향한다. 가느다란 팀장의 눈, 내 눈을 피하는 아이들의 눈. 그리고 머리 위로 온종일 그 모두를 지켜보고 있는 빨간 불빛의 눈까지. 그리고 하나의 눈이 더 있다. 팀장의 눈 속에 있는 나의 눈. 나도 한때 저런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본 적이 있다. 서슬이 퍼렇다. 나는 밤새 그 수많은 눈을 견딘다.
이곳에서는 아이들을 벌점으로 통제한다. 밤에 휴대폰을 안 내도 벌점, 라면을 먹어도 벌점, 떠들어도 벌점, 다른 방에서 잠을 자도 벌점이다.
“선생님, 저 뿌셔뿌셔 트라우마 있어요.”
“그게 무슨 말이니?”
“아니, 라면이 금지인데, 왜 뿌셔뿌셔까지 못 먹게 하죠? 저 뿌셔뿌셔 먹었다고 벌점 먹었잖아요.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저 뿌셔뿌셔 꿈도 꿔요.”
옆에 다른 아이들이 배를 잡고 웃는다.
“그러게. 뿌셔뿌셔는 왜 벌점일까?”
나는 또렷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고 그냥 듣기만 한다. 이런 대화를 하는 나를 팀장이 CCTV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
자정부터는 복도에 가만히 서서 아이들이 조용히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이때 복도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냉장고를 무심코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다. 냉장고에는 즉석 음식, 가공식품 등이 주를 이룬다. 학원 수업과 과외를 다녀온 아이들은 배가 고프다.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아이들도 많다. 변비에 시달리거나 설사를 달고 사는 아이도 있다.
“얘들아, 주말에는 집에 가서 집밥 먹어야지.”
“어차피 집에 가도 여기서 먹는 거랑 똑같아요.”
“그래도 집에서 좀 쉬고 와야지. 기숙사에만 있으면 지치잖아.”
“엄마가 오지 말래요. 자기도 바쁘다고요.”
엄마. 내 생일이면 엄마는 잡채를 하고, 부침개를 부쳤다.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소고기가 아닌 바지락을 넣고 미역국을 끓여 주었다. 나는 오랫동안 엄마가 하지 않은 것들만 헤아리고 살았는지 모른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엄마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밤 11시 무렵이었다. 전화벨이 울렸다.
"선생님 저 민아인데요. 저 너무 아파요."
민아가 엉엉 울며 전화했다. 이미 열이 많이 올라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관찰실로 옮긴 상태였다. 나는 깜짝 놀라 달려갔다.
"민아야, 괜찮니? 어디가 아픈 거야?"
"모르겠어요. 점점 더 아파져요."
민아는 떨고 있었다.
팀장님께 바로 보고했다.
"그래요? 더 늦기 전에 쌤이 민아를 데리고 병원에 좀 다녀와야겠네요. 자정까지 하는 병원이 한 군데 있어요."
"네, 알겠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건 처음이었다. 게다가 민아는 발까지 삐어 깁스를 한 상태여서 긴장이 됐다. 떨고 있는 민아를 부축해 함께 택시에 올랐다.
민아는 고1 학생으로 선생님들 사이에서 다루기 어려운 아이로 정평이 나 있었다. 벌점에도 개의치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아이였다. 아직 나와 직접적으로 마찰을 일으킨 적은 없지만, 인사를 나눠본 적도 없는 사이였다. 그런 민아가 내 옆에서 몸을 바들바들 떨며 울고 있었다.
병원은 큰 복합건물 안에 있었다. 엘리베이터 위치 찾기부터 힘들었다. 밝은 곳에서 보니 민아의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민아야 너 다리 아프니까 여기 잠깐 앉아 있어. 선생님이 엘리베이터 좀 찾아볼게."
막 가려는데 민아가 내 팔을 꽉 잡아당겼다.
"안 돼요. 저랑 같이 가요. 저 혼자 있기 싫어요."
깜짝 놀랐다. 내게 먼저 도움을 청할 아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민아와 함께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병원 마감 시간이 가까워 오는 데다가 아픈 민아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게 될까 봐 진땀이 났다. 다행히 금방 병원을 찾았다. 병원은 환자들로 꽉 차 있었다. 거의 다 독감 환자였다. 민아도 독감인 모양이었다.
"민아야 우리 오래 기다려야 할 거 같아. 힘들어서 어쩌니."
"온몸이 너무 아파요."
민아는 계속 울먹거렸다.
"민아야 그런데 왜 진작에 이렇게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어? 일찍 병원에 왔으면 좋았잖아."
한참 말이 없던 민아가 입을 열었다.
"저를 이상한 병원으로 데리고 갈 거 같았어요."
"민아야 무슨 말이야? 너희가 이렇게 아프면 갈 수 있는 병원 목록이 다 정리되어 있어. 그리고 이럴 때를 대비해서 선생님들이 밤새 사무실을 지키는 거잖아."
"왠지 저를 허름한 병원에 데리고 갈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 우선 친구들한테 카톡을 보내서 병원을 알아봐 달라고 하는 중이었는데 도저히 못 참아서 전화한 거예요. 선생님이랑 오는 줄 알았으면 일찍 전화했을 텐데."
의외의 대답이었다. 흠칫 놀랐지만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아는 바로 옆방에 있는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대신, 그 아픈 와중에도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제야 나를 향한 아이들의 시선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대신 혼자 버티던 아이.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믿으며 공포에 떨고 있는 아이. 내가 보였다. 나는 매일 밤, 내 어린 날의 유령들을 만나고 있던 것이다.
30분을 기다려 진료실로 들어갔다. 역시 독감이었다. 링거를 맞고 나온 민아는 처음보다 많이 진정돼 보였다. 피로가 몰려왔다. 사무실에 별로 일찍 들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민아야 우리 차 한잔하고 갈까?"
"좋아요."
민아의 표정이 밝아졌다. 1층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메뉴를 골랐다.
"민아야 너 따뜻한 레몬차 먹을래?"
"좋아요."
민아는 레몬차를 두 손으로 잡고 호호 불며 호로록 먹었다.
"선생님 저 이런 거 처음이에요."
"그게 무슨 뜻이야?"
"선생님이랑 이렇게 차 마시는 거요. 어렸을 때 엄마가 끓여준 유자차 맛이에요."
"그래? 따뜻할 때 마셔."
민아가 처음인 것처럼 나도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민아는 진로가 고민이라 했다. 며칠 뒤 있을 시험도 걱정이라 했다. 인사도 받아주지 않던 아이가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끝없이 이어갔다. 그 시간이 참 좋았다.
민아의 말에 의하면 내가 오기 전 선생님들이 자주 바뀌었다. 그래서 나도 곧 떠날 사람이라고 여겼다고 했다. 다음날부터 민아는 내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둘이 있을 때만. 다른 아이들이 있으면 다시 모르는 척했다.
"선생님 뭐 하세요?"
"나 일하지. 요즘 잘 돼?"
"잘 안 돼요."
민아는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까닥하고 가버린다.
민아와 시간을 보낸 뒤, B 선생님의 말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블로그에서 우연히 만난 B 선생님은 하늘이 내게 보내주신 분 같았다. 그분이 내게 이런 말을 해주셨다.
“아이들을 사랑해 보려고 하세요. 그게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될 겁니다.”
민아가 선생님들이 자기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나 역시 아이들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매일 밤 상처를 받았다. 그럼에도 B 선생님의 말씀을 새기며 아이들을 사랑해 보려고 했다. 마음을 열려고 했다. 나의 마음을, 아이들의 마음을. 나는 매일 같은 기도를 반복했다.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사실 그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였다. 아이들의 쌀쌀함과 짜증을 그저 봐냈다. 보기 싫은 모습도 일단 봐냈다. 그렇게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들과 있는 것이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일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니다. B 선생님이 덧붙이셨다.
"그곳에 간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으니까요."
정말 그곳에 간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아이들의 상처를 만날수록 나의 아픔도 선명하게 보였다. 그리고 일이 견딜 수 없이 하기 싫어졌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자유였다. 문득 어느 여름날이 떠올랐다.
그날따라 꽃잎이는 똥을 많이도 쌌다. 좁다란 오르막길이었다. 꽃잎이가 똥을 싸는 사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숨이 나왔다. 네모난 건물 사이로 파란 하늘이 기다랗게 창을 내고 있었다.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저 파란 창을 열기만 하면 다른 세상이 있을 것만 같았다. 창밖에는 아마도 고래가 춤추고 있을 것이고 사람들이 합창을 하고 있을 것이다. 꽃잎이가 목줄을 끌었다. 나는 똥을 줍고 또 질질 끌려갔다.나의 기도는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신이시여 제가 비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