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혹한 환경에서도 행복을 찾는 방법

에필로그

by스제

북유럽 복지국가의 어두운 면

그동안 핀란드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 핀란드에도 단점은 많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있고, 추운 겨울에 점퍼가 찢어져 청테이프로 기워 입고 다니는 사람도 본 적 있다.

밤이 길고 깜깜한 데다 조명도 어둡다.

거리에 다니는 차도 사람도 많지 않아서 밤길을 걷다 보면 춥고 으슥하게 느껴진다.

인구가 적다 보니 자국 콘텐츠도 다양하지 않아, 드라마나 영화, 음악 등은 외국 콘텐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날씨는 춥고 축축하며 겨울은 길다.

해가 짧아지는 계절에는 기분까지 가라앉기 쉽다.


아무리 복지가 잘되어 있고 치안이 좋은 나라라고 해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지만, 그렇다고 살기 좋기만 한 곳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살아가는 데 상당한 인내가 필요한 곳이다.





그럼에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

그런데도 내가 핀란드에서의 생활을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일상에서 신경쓰고 경계해야 할 일이 거의 없었다.


다른 유럽 국가에서와 달리, 길거리에서 소매치기를 당하거나, 핸드폰을 잃어버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식당에서도 가방을 꼭 붙잡고 밥을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자리에 가방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괜찮았다.

나는 핀란드에서는 인종차별이나 캣콜링 같은 불쾌한 일을 거의 겪지 않았다.

아시아계라는 이유로 시비를 거는 사람을 딱 한 번 만났는데, 다른 이탈리아에서 잠시 여행 온 사람이었다.


물론 이런 장점만으로 핀란드 생활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쉽고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것들도 핀란드에서는 어려웠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음식, 떡볶이가 먹고 싶다면?

한국에선 배달 앱으로 주문하면 되지만, 핀란드에서는 떡과 소스를 사러 멀리 있는 아시안 마켓까지 직접 가야했고 가격도 더 비쌌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불편함이 꼭 나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 불편한 과정도 하나씩 경험이 되었고, 평범한 하루를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진짜로 행복해지는 법

핀란드에서의 삶이 즐거웠던 이유는 사실 굉장히 단순했다.

숲에 피크닉 가고,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등.

매일 도파민 팡팡 터지는 것들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어서 즐거웠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자극에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더 재미있고 대단한 것이나 성과만 추구하다 보면 평범한 일상은 점점 지루하게 느껴진다.


성과를 추구하다보면 쉬는 일이 낭비처럼 느껴지기 쉽고, 나 역시 그랬다.

쉬는 시간인데도 쉬면 안 될 것 같고, 몸은 쉬고 있어도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다음 할 일을 생각하며 쉬지 못했다. 이렇게 살면 쉬는 것조차 일이 되는 법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하지만, 내일만 생각하며 지금의 즐거움을 포기한다면,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삶이 언제나 즐겁고 생산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작은 기쁨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그렇고,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말이다.


삶을 사랑하며 작은 기쁨을 놓치지 않는 것.

이것이 핀란드에서 내가 배운 삶의 방식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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