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없는 것도 괜찮으니.
인간이란 의미를 찾는 생물
우리는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자꾸 이유를 찾는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걸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지금 이 선택이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등.
그러다가 타당한 이유가 없는 것 같으면, 우린 쉽게 포기해 버린다.
사실은 벽에 부딪히거나 힘들어졌을 때, 포기해도 되는 이유를 찾으려고 굳이 의미를 따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그냥 좋아서 하는 일에서조차 이게 나중에 어떤 쓸모가 있을지 고민하기도 한다.
당장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경력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타인에게 자랑할 만한 걸 만들어 주는 것도 아니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너 왜 핀란드 갔니? - 그냥!
내가 교환학생으로 갈 나라를 선택하던 때, 사실 꼭 핀란드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아니었다.
꼭 핀란드여야 했던 거창한 이유는 없고, 그냥 핀란드가 좋아 보여서 살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난 핀란드에서의 삶이 너무나 만족스럽고 좋았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조용하고 캄캄한 도시를 구경하고, 한국과는 너무나도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게 즐거웠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꼭 핀란드여서 좋았던 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다른 곳에 갔어도 그 나라만의 멋짐을 찾아내서 만족했을지도 모른다.
스페인이었다면 햇살을 만끽하며 좋아했을 거고, 일본이었다면 작은 골목길을 거닐며 좋아했을지도.
어느 나라에 갔든 그 나라의 좋은 점을 찾아내고, 삶을 사랑하는 태도로 살아가면서 그곳에서의 시간을 좋은 기억으로 채웠을 것 같다.
그래서 나에게 핀란드가 좋은 기억으로 남은 것 같다.
우리 살짝만 다르게 생각해 보자.
꼭 이유가 있어야만 좋은 경험이 되는 건 아니다.
의미가 꼭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유 없이 시작한 일이 큰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일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기도 하지 않는가?
번아웃을 겪는 사람들을 보면, 종종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려다 지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건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될지, 저 일은 생산적인지, 이 사람은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지를 매번 따지다 보면, 쉬는 시간조차 진짜로 쉬는 게 아니게 된다.
내 삶의 모든 순간이 무언가를 증명해 내기 위한 몸부림일 필요는 없다.
꼭 대단한 일을 해내지 않아도 되고,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결과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지만, 사실 춥고 어두우며 겨울이 길어 살기 가혹한 나라이기도하다. 그런데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건, 주어진 환경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즐길 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꼭 무엇이든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냥 이유 없이 해도 된다. 그냥 좋아서 하고, 해보고 싶어서 하고, 그냥 즐거워서 하는 것.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