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번아웃과 무기력에 시달렸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뭐라도 해보려고 노력했다.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고 느껴져서, 내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서 생긴 무기력인 것 같아서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번아웃은 더 심해졌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많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지기를 계속했다.
뭔가 잘못된 방법인 것 같았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기에, 일단 계속 열심히 살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그럴 땐 힘을 빼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쉬고, 놀고, 하루를 즐기며, 내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단다.
"응? 그런데 이거, 딱 내가 핀란드 살던 시절의 삶인데?"
그래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핀란드에서 살던 시간들을 되짚어보았다.
바쁜 일상에 치이고 무기력해지면서, 자연스레 잊고 살던 소중한 삶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그러다가 쓰다만 핀란드에서의 이야기를 이어서 적어보았다.
글을 써내려 갈 때마다, 그동안 작은 즐거움들을 잊은 채, 너무 메마르고 퍽퍽하게 살았다는 걸 깨달았다.
핀란드를 떠난 이후에도 나는 핀란드에서 보낸 시간을 두고두고 떠올리며 추억하곤 했다.
그저 새롭고 신선한 외국에서 삶 이라서나, 유럽에서의 고풍스러운 거리를 걸어서, 혹은 외국인들과 어울리는 게 재밌어서와 같이, 겉으로만 보이는 좋은 것들은 핵심은 아니었다.
내가 핀란드에서 만난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들이었고, 그 사이에 들어간 유교걸인 나는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도 신경 쓸 필요 없었다.
그래서 남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나는 온전히 나의 삶을 살며 하루하루를 만끽할 수 있었다.
"이런 게 '행복'이라고 불리는 거구나. 이래서 핀란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됐구나." 싶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달간 헬싱키에서 살아간 경험을 뒤로하고,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나의 눈엔 핀란드가 아른거렸다.
핀란드에서의 삶을 회고하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또 많은 시간이 흘렀다.
실제로 핀란드는 행복과 거리가 멀고, 사람이 생존하기에 매우 척박한 곳이다.
유럽지역에서는 더 특히, 핀란드는 춥고 아무것도 없어서 기피하고 싶은 곳으로 여겨진다.
헬싱키에는 11월부터 눈이 폭설처럼 내리는데, 다들 너무 익숙해한다.
-10도는 일상적이고 추위가 심할 땐 -20도에서 -30도까지도 내려간다.
겨울 해는 낮 11시에 떠서 오후 4시면 지는데, 하루 종일 우중충한 하늘에 대낮에도 햇빛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비타민을 꼭 챙겨 먹어야 한다.)
인구밀도는 낮고, 거리도 대체로 캄캄한데 거리를 오가는 차는 적다.
늦은 밤, 오지 않는 버스를 한참 동안 기다리다가 '이러다 객사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적도 있다.
그런데 내가 핀란드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딱 이 한 문장일 것 같다.
마음 편히 먹고 내 삶을 사랑하며 하루를 즐겁게 보낼 것.
떡볶이 하나를 만들어 먹으려고 지하철 몇 정거장 거리의 마트에 다녀온 일.
버려진 병과 캔을 주워 소소한 용돈 벌이를 한 일.
2시간 동안 배를 타고 다른 나라에 가서 맥주를 사 왔던 일.
직접 마늘을 갈아서 마늘빵을 만들어 먹은 일.
전부 별 것 아니었고, 오히려 불편하기까지 한 일들이었는데도, 그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이 글은 행복을 추구하고 내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가지려면 "지금 당장 변해야 한다!!"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 현재 상태 그대로도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그래서 그 방법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나누고 싶을 뿐이다.
하루하루 지쳐가면서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불안해하고, 나아질 것 같지 않은 현실에 더 열심히 발버둥 치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핀란드에서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