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당황하지 않고 다시 쓰기

에필로그

by은수

글이 잘 써지고 온전히 몰입할 수 있을 때는 특별한 일이 없어도 행복하다. 하지만 삶에는 언제나 행복한 일만 지속되지 않는다.

'평화로운 날만 계속되어서야 어떻게 굳건해지겠어?'

말하는 것처럼, 삶은 유리 온실을 향해 기어이 돌을 던지고 균열을 만들곤 했다.

[은수의 산문: 전공자의 글쓰기] 연재를 시작한 지 석 달 남짓 되었다. 계절이 한 번 바뀌어 어느덧 두 개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 이번 글쓰기 연재는 <은수의 산문 1기 멤버>들과 함께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이 연재를 조금 서둘러 마무리하려 한다.

더 쓸 이야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여전히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다. 다만, 할 말을 참고서는 다음 이야기를 쓸 수 없는 고질병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사실 이번 연재를 하는 동안 작은 돌멩이 하나가 내내 마음에 균열을 내고 있었다. 온라인카지노도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예기치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몇 달 전 그런 일을 겪었고, 그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조용히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해법을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험난했다. 물론, 아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는 글에 대해 이전과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글은 반드시 진심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도 얼마든지 그럴듯한 문장이 될 수 있었고, 어제와 오늘의 말이 완전히 달라져도 한 편의 글은 완성될 수 있었다. 또, 쓰인 문장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해서 그 안의 모든 것이 진실이라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글쓰기 연재를 하며 그 사실을 지켜보는 마음은 복잡했다.


온라인카지노에선 몇 달 전 누군가 여러 사람에게 상처를 남긴 일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필명과 자기소개가 달라지고, 또 신규 작가님들이 그 글을 읽고 마음을 건네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글쓰기'라는 주제로 연재를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나는 그동안 이 연재에서 좋은 문장 쓰는 법을 이야기했다. 글감을 발견하고, 질문하고, 자료를 찾고, 문단을 나누고, 고쳐 쓰는 이야기를 했다. 내가 본 것을 오래 바라보고 자신의 문장을 만들어 가는 과정도 이야기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와서 더 깊은 생각에 머무르게 됐다. 우리에겐 글을 잘 쓰는 것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지 않을까.


글에는 분명 힘이 있다. 보지 않은 것을 본 것처럼 만들 수도 있고, 없던 일을 있던 일처럼 믿게 할 수도 있다. 글이 누군가를 위로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믿음을 이용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글을 쓰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문장을 다루는 기술만이 아니다. 자기가 쓴 문장을 바카라임지는 일.

아니, 그보다 거짓으로 글 쓰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 것 말이다. 모두를 속일 수 있지만 자신만은 알 테니까.


어쩌면 나는 연재 스물일곱 편을 돌아 마지막에서야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무엇이든 쓸 수 있기 때문에 아무것이나 써서는 안 된다는 것.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 힘을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것도 글쓰기의 중요한 작법이라고 나는 믿게 됐다. 그래서 이 공간에 글쓰기의 또 다른 기술을 몇 편 더 이야기하기보다 여기에서 이번 연재를 마치려 한 것이다. 조금 일찍 끝내게 된 것을 아쉬워하지 않기로 한다.


삶은 가끔 우리가 공들여 지켜온 유리 온실을 향해 돌을 던진다. 균열이 생기면 한동안 그 금만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돌이켜 생각하니, 나 역시 무수한 날들을 그렇게 보냈다. 하지만 금이 갔다고 온실 전체가 무너진 것은 아니다.

글도 그렇다. 쓰지 못하는 날이 찾아오고, 믿었던 것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고, 내가 왜 쓰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순간도 온다. 그럴 때 잠시 멈추는 것도 글쓰기의 한 과정일 것이다. 그러다 다시 쓰면 된다.

다만, 예기치 못한 균열 앞에서 멈추더라도 너무 당황하지는 말자. 다시 읽고, 다시 생각하고, 다시 원고를 펼치면 된다.

나 역시 그렇게 하려고 한다. 잠시 주춤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날것의 '분심(憤心)'을 글쓰기의 불쏘시개로 사용해 버릴 것이다.

[은수의 산문: 전공자의 글쓰기]는 잘 쓰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결국 무엇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인지를 고민하며 이 연재를 마친다.


잠시 평화가 깨졌던 경험 덕에 더욱 굳건해진 마음으로 다음 이야기인 ‘읽기’를 가지고 돌아올 테다.


*그동안 은수의 산문: 전공자의 글쓰기를 읽고 공감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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