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언젠가 꺼진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에는 퇴근이 있다.
40도를 육박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도 무척 더운 불타는 금요일이다.
햇볕은 아스팔트를 달구고, 달궈진 공기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타오르게 한다. 불타고 있는 것은 날씨뿐만이 아니다.
도서관을 방문하는 이용자들도 전화기 너머의 누군가도 잔뜩 불타고 있다.
“아니 , 그게 왜 안된다는 거예요?”
“왜 이렇게 어려워~ 안내 똑바로 안 해?”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설명을 해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다시 설명하면 이번에는 토를 달고 따진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대답을 하는 것인지 안 되는 원칙을 되게 할 때까지 같은 문장을 반복 재생하며 설명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진다. 수화기를 든 손바닥이 뜨거워진다.
나도 사람인지라 마음 한쪽에서 작은 불씨가 피어난다.
‘저도 지금 충분히 친절하게 설명드리고 있습니다만......’
물론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온라인 게임인의 마음속에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는 문장이 꽤 많다.
화를 내는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 처음에는 상대방의 화였는데 한참 듣고 나면 그 화가 조금씩 내 마음으로 옮겨붙는다.
말 한마디가 장작이 되고, 억양 하나가 부채질이 된다. 살얼음을 걷듯이 조심조심 응대해야한다.
그리서 민원 응대가 끝나고 나면 잠시 멍하니 천장을 본다.
'더운데 멀리까지 오게 해서 죄송하지만 내가 일부러 여기 도서관을 지은건 아니잖아요... 제가 연체한 것도 아니잖아요.... 나한테 왜 이래.....'
그렇다고 저 사람이 온전히 나쁜 사람이 것도 아닐 것이다. 그 사람에게도 오늘 하루 쌓인 무언가가 있었을 테고, 그 끝에서 하필 나에게 옮겨진 것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화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남의 화는 남의 몫이 있고, 내 마음에는 내가 지켜야 할 자리가 있다.
내가 해결할 수 없는 것까지 끌어안고 퇴근할 필요가 없다.
창밖을 본다.
여전히 햇볕은 뜨겁고, 전화기는 언제든 다시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시계는 조금씩 퇴근 시간을 향해 째깍째짝 돌아간다.
오늘 만난 화난 목소리들은 이 도서관에 두고 가야겠다.
문을 닫고 나가는 순간 사람들의 화도, 나의 작은 화도 바카라상 위에 잠시 내려놓고 싶다.
금요일이니까
날씨가 더워서 불타고,
민원인의 마음도 불타고,
그걸 받아내느라 내 속도 조금 불탔지만,
그래도 괜찮다. 불은 언젠가 꺼진다.
K온라인 게임인은 불타는 금요일의 퇴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