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늘 이 모양일까.
운동은 번번이 작심삼일로 끝났고, 작가가 되겠다며 펼쳐 둔 원고도 어느 순간 바카라상 한편에서 먼지만 쌓여 갔다. 무엇 하나 끝까지 붙잡아 이뤄낸 것 없이, 또 반년이라는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 버렸다.
문득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을까, 아니면 어느새 살아온 날이 더 많아진 걸까.
돌이켜 보면 지난 1년 동안 무언가에 온전히 몰두했던 순간이 있었던가. 가슴이 뛰어 잠을 설칠 만큼 열정을 품었던 날이 있었던가.
매일은 비슷한 얼굴로 찾아왔고, 나는 그 반복 속에서 조금씩 상처를 입었다. 더는 아프지 않으려 애써 모난 감정을 깎아냈고, 결국 무난함이라는 이름의 무딤을 입고 살아왔다.
이제는 이런 삶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큰 파도 없이 흘러가는 하루도 나쁘지 않다고, 스스로를 달래는 법도 배웠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은 늘 비어 있다. 마치 옆구리 어딘가가 살짝 비어 있는 것처럼. 손으로 만질 수도, 채울 수도 없는 공허함이 바람처럼 스쳐 간다.
그래도 괜찮다.
무엇이든 결국은 되어 갈 것이다. 서두르지 않아도, 조금 늦어도, 삶은 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흘러갈 테니까.
나는 생각한다.
생각하는 동안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살아 있는 한 앞으로도 살아낼 것이다.
결국 나는 이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면 인생은 완벽한 모양이 되는 일이 아니라, 자기만의 모양을 끝내 사랑하게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오늘도 이 모양 그대로, 조금은 허전하고 조금은 서툴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웃으며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