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내가 하는 요가는 하타 요가다. '하'는 태양을, '타'는 달을 뜻한다. 서로 다른 두 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는 것에서 이름이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조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 필명이 '해루아'이기 때문이다. '해'와 '루아'를 합친 이름인데, 루아는 포르투갈어로 달을 뜻한다. 해와 달처럼 서로 다른 존재가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것. 어쩌면 내가 요가를 만나게 된 것도 이런 인연 때문이었을까.
옛날부터 해와 달은 늘 함께 이야기되곤 했다. 해는 낮을 밝히고, 달은 밤을 밝힌다. 해가 강한 빛으로 세상을 비춘다면 달은 어둠 속에서 은은한 빛을 낸다. 서로 빛나는 방식은 다르지만,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해가 뜨면 달이 사라지고, 달이 뜨면 해가 물러나지만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
요가 매트 위의 사람들도 그렇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지만 매트 위에 놓인 몸은 하나같이 다르다. 나이도 다르고, 몸도 다르고, 살아온 시간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다리를 높이 들어 올리고, 어떤 사람은 무릎을 조금 굽힌 채 자세를 유지한다. 누군가는 호흡이 깊고, 누군가는 아직 자신의 호흡을 찾는 중이다.
나도 처음에는 옆 사람의 자세를 힐끗힐끗 바라봤다. 저 사람은 저렇게 다리가 올라가는데 나는 왜 안 될까. 저 사람은 저렇게 쉽게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몸을 기준으로 내 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선생님은 누구에게도 같은 몸이 되라고 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알려주는 건 완벽한 자세가 아니라, 내 몸을 바라보는 방법이었다.
어떤 날은 어제보다 조금 더 다리가 올라가기도 하고, 어떤 날은 어제보다 몸이 굳어 있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다. 요가에서 중요한 건 옆 사람의 자세가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아차리는 일이니까.
그제야 해와 달의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들렸다. 해가 달이 될 필요도 없고, 달이 해가 될 필요도 없다. 서로를 닮을 필요도, 서로의 빛을 겨룰 필요도 없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빛을 내면 된다.
어쩌면 사람도 그런 게 아닐까. 누군가보다 더 잘나야 빛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와 같은 모습이어야 소중한 것도 아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몸으로 태어나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서로 다른 속도로 걸어간다.
그런데도 자꾸 다른 사람을 바라보며 내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그렇게 비교하는 동안 정작 내 몸이 보내는 이야기는 놓치고 만다.
하지만 해와 달을 떠올려보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해는 해인 채로 빛나고, 달은 달인 채로 빛난다. 나도 나인 채로 빛나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빛이 내 빛을 가리는 것은 아니니까.
요가가 가르쳐주는 균형도 어쩌면 그런 것인지 모른다. 모두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균형을 찾는 것. 누군가의 자세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내 몸과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
해와 달을 품은 이름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나를 잘 담아낼 수 있는 이름을 찾고 싶었다. 그런데 요가를 배우고 나니, 오래도록 사용해 온 그 이름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같아지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 다른 사람의 속도와 모양을 기준으로 나를 재단하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나의 속도로 살아가면 된다.
내가 오래도록 좋아했던 이 이름이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해와 달 사이에서 살아가는 나.
해루아.
해루아의 세 번째 온라인카지노북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는 매주 화, 목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삶의 이야기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