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혀 있는 시간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

by해루아 healua

내가 좋아하는 요가 동작이 있다. 나비 자세와 고양이 자세다. 어쩜 이렇게 이름도 잘 지었을까 싶어 감탄하곤 한다.


이 두 가지 동작을 하고 있으면 굳어 있던 몸이 조금씩 풀리고, 어느새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눈을 감고 30초, 1분 정도 가만히 머물러 있으면 복잡했던 생각도 한결 잦아드는 느낌이다.


나비 자세는 매트에 앉아 무릎을 굽히고 발바닥을 맞댄다. 발을 몸 가까이 당기고 허리를 곧게 편 뒤, 양손으로 발을 잡고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처음에는 다리가 당기고 골반 주변이 뻣뻣하지만, 호흡을 따라 조금씩 힘을 빼다 보면 굳어 있던 몸이 서서히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하나 좋아하는 자세가 고양이 자세다. 네 발로 매트 위에 엎드려 등을 둥글게 말아 올리고, 배를 끌어당기며 고개를 숙인다. 잔뜩 웅크린 고양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척추 마디마디가 움직이며 굳어 있던 부분이 하나씩 풀어진다.


반대로 엉덩이를 높이 들고 가슴과 팔을 앞으로 길게 뻗으면, 이번에는 고양이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듯 온몸이 길게 늘어난다.


어느 날 나비 자세로 앉아 있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오므리고 발바닥을 맞댄 이 모습은 얼핏 보면 몸을 잔뜩 접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동작이 하는 일은 정반대였다. 닫혀 있던 골반을 천천히 열고, 굳어 있던 몸의 틈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다.


고양이 자세도 마찬가지였다. 등을 둥글게 마는 순간은 누가 봐도 몸을 움츠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척추가 부드럽게 움직이고, 평소 잘 쓰지 않던 몸의 곳곳이 깨어난다. 몸을 작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몸을 더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한 과정이었다.


겉으로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몸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접혀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안에서는 조금씩 펴지고 있다.




나 역시 한동안 멈춰 있는 사람처럼 지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지만, 매일 글을 쓰고 달리며 하루의 리듬을 이어갔다. 짧은 글이라도 하루에 몇 편씩 써 내려갔고, 비가 오거나 몸이 무거운 날에도 조금씩 달렸다. 매일 해낸 일들이 있었고, 그만큼의 성과도 분명 쌓이고 있었다. 다만 아직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만큼 선명한 결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세상은 자꾸 앞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더 빨리, 더 많이, 눈에 보이게 움직여야 한다고. 하지만 몸을 접어야 다음 동작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처럼, 삶에도 잠시 웅크려야 하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멈춤이라기보다 다음 움직임을 준비하는 자세에 가깝다.


그러니 요즘 별일 없이 지내는 것 같다면, 너무 서둘러 자신을 다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동안에도 우리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니까.


매일 글을 쓰고 매일 달리는 일이 당장 큰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가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변화를 품은 하루를 쌓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멈춰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오래 웅크린 끝에 다시 몸을 펴기 시작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해루아의 세 번째 온라인카지노북 《몸을 접으러 갔다가 마음을 폈다》는 매주 화, 목 요가 매트 위에서 배운 삶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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