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피크닉, 아프가니스탄 이웃이 건넨 숯불 꼬치

향신료의 벽을 넘어 마음으로 나눈 피크닉장의 온기

by김종섭

매일같이 산바카라하던 공원이지만, 어제는 모처럼 산바카라 대신 배낭에 음식을 챙겨 들었다. 공원 내에서 불을 사용해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피크닉장을 찾은 것이다. 삼겹살은 야외에서 구워 먹어야 제맛이고, 캠핑 기분을 내는 데 이만한 음식도 없다. 아마 야외로 나설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먹거리 중 하나가 삼겹살이 아닌가 싶다.

다른 날과 달리 피크닉 테이블마다 자리가 차 있었는데 다행히 빈자리가 하나 남아있었다. 캐나다의 가장 큰 특징은 인종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이다 보니 겉모습만으로는 어느 나라에서 온 사람인지 구분하기 힘들 만큼 다채로운 이웃들이 모여 산다. 우리가 한참 정신없이 삼겹살을 구워 먹고 식사를 마무리할 때쯤, 건너편 옆 테이블에서는 숯불에 무언가를 열심히 굽고 있었다. 대가족이 함께 온 듯 인원도 제법 많았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역시 야외에서 먹는 음식은 불맛이 최고'라는 야영장의 불문율을 다시금 떠올렸다.

우리 부부는 집에서 챙겨 온 부탄가스버너와 프라이팬으로 삼겹살을 구워 먹었지만, '옆 테이블처럼 숯불에 구워 먹으면 야외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있겠구나'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때 건너편 테이블의 젊은 청년 한 명이 숯불에 잘 익은 꼬치 하나를 들고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사실 캐나다에 살면서 야영지나 공원에서 모르는 사람이 음식을 나누어 주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곳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선뜻 음식을 권하는 것이 배려라기보다 자칫 민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인종 간에 가장 곤혹스러운 점은, 아무리 같은 바비큐나 고기 요리라 해도 각 문화권의 향신료 때문에 먹는 도중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얼떨결에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꼬치를 받아 들었다. 겉보기에 꽤 먹음직스러웠다. 처음에는 흔히 먹는 소고기나 돼지고기, 혹은 양고기 바비큐 정도겠거니 생각하고 아무 의심 없이 한입에 단숨에 맛을 보았다. 그러나 고기가 입속에 들어가자마자 강렬하고 낯선 향신료 향과 독특한 질감이 밀려왔다. 마음과 호의는 정말 감사했지만 입속에 퍼지는 향에 도저히 삼킬 수가 없었다. 혹여나 이런 모습을 옆 테이블에서 보고 서운해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보이지 않는 숲 쪽으로 걸어가 살짝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내는 그 꼬치를 두고 아마 염통이나 간 같은 내장 부위였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돌이켜보니 강렬한 향신료 향도 향이었지만, 일반 살코기가 아닌 평소 익숙하게 접하지 않던 특수부위 특유의 질감 때문에 입에서 더더욱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잠시 후 그 옆 테이블의 청년이 꼬치를 하나 더 가져왔다. 방금 배부르게 식사를 마쳐 하나로도 충분하다며 친절하게 사양했다. 상대의 순수한 호의를 거절하는 마음이 참 편치 않았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향신료의 벽은 어쩔 수 없었다. 한인마트가 아닌 로컬 마트에서 한국 족발과 생김새나 조리법이 비슷해 보여 사 왔다가, 특유의 향신료 때문에 결국 못 먹고 버렸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비단 족발뿐만 아니라 완제품으로 포장된 로컬 요리들을 사다 먹으며 실패를 경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같은 재료로 만들고 겉모습이 비슷해 보여도, 막상 입에 대어 보면 향신료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밴쿠버에는 주로 인도나 중국, 필리핀, 베트남 출신이 많고, 그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온 소수의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인도 사람처럼 머리에 두건(터번)을 쓰거나 중국 사람처럼 언어로 식별하지 않는 한 어느 나라 출신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다. 피크닉장을 나서면서 그들 테이블로 다가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하며 어디서 왔는지 물어보았더니 "아프가니스탄"에서 왔다고 했다. 아프가니스탄은 내전으로 인해 캐나다에서 오래전부터 난민을 받아들였기에 밴쿠버에도 상당수가 이웃으로 거주하고 있다.

예전 고국에서 살 때는 산이나 계곡으로 야영하러 가며 일면식도 없는 옆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음식을 나누곤 했다. 계획하지 않았어도 음식을 나누는 행위는 서로에게 다가가 친해지고 싶다는 가장 따뜻한 제안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관계의 깊이에 따라 만남의 방식을 달리해 왔다. 조금 부담 없이 가깝게 다가가고 싶을 때는 식사를 제안하고, 아직은 조심스럽고 식사까지는 부담스러울 때는 커피 한 잔을 권하는 과정들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답습해 온 것이다.

오늘 인종도, 언어도 다른 이웃이 먼저 다가와 손수 구운 음식을 건네는 모습에서 잊고 지내던 인간적인 따뜻함을 실감했다. 이민 생활을 하며 모처럼 느껴본 이 뜻밖의 나눔은, 입맛이라는 문화적 장벽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가슴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드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감동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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