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죽은 나무에 앉아 있던 이유를 알고 난 뒤 배운 것들
오후 2시쯤, 늘 산바카라하던 동네 길을 지나다 발걸음을 멈춰 섰다. 바로 옆 앙상하게 말라버린 고목 위에 올빼미 한 마리가 매서운 눈으로 전방을 주시한 채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이 산바카라길에서 올빼미를 만난 것만 벌써 두 번째다. 몇 달 전 올빼미를 처음 마주쳤을 때도 오늘처럼 밤에만 활동하는 올빼미를 낮에 만나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는 보기 드문 '길조'를 만났다며 신이 나서 복권 한 장을 샀었다. 물론 당첨 숫자 하나 맞히지 못하고 꽝이 되었지만, 그때의 엉뚱했던 생각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니 왜 하필 두 번 모두 죽은 나무에 앉아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주변에는 나뭇잎이 울창하고 푸른 나무들이 지천인데, 밤에 움직이는 야행성 올빼미가 왜 한낮에, 그것도 잎 하나 없는 앙상한 고목을 찾아와 앉아 있는 걸까? 이것도 그저 우연은 아닐 테고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궁금증을 풀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이유를 알고 보니 올빼미만의 명확한 생존 전략이었다. 죽은 나무는 나뭇잎이 없어 시야를 가리지 않아 주변을 한눈에 살피기 좋고, 비행할 때 날개가 가지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올빼미의 깃털 색은 거친 나무껍질과 비슷해서, 잎 없는 고목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위장막이 되어준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볼품없고 스러져가는 고목이 분명한데, 올빼미에게는 몸을 숨기고 숲을 두루 살피기 가장 좋은 명당이었던 셈이다. 눈에 보이는 울창함이나 당장의 쓰임새로만 가치를 따지려 했던 인간의 얕은 시선을 돌아보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우리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젊음이나 화려함이 지나가 남들 눈에는 제 역할을 다했거나 보잘것없어 보일지 몰라도, 세월을 견뎌낸 저마다의 자리에는 다 나름의 깊은 이유와 가치가 숨어 있는 법이다.
올빼미가 날아가 버릴까 봐 허둥지둥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카메라를 켜자, 다행히 사진 몇 장 찍을 수 있는 짧은 시간을 주고는 거대한 날개를 펼쳐 건너편 숲으로 날아갔다. 사람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며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는 모습을 보며, 이번 만남은 단순히 복권을 사게 만드는 길조라기보다 숲이 내려준 소중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걷는 똑같은 산바카라길이지만,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숲은 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심코 지나치면 그저 가을이 깊어 가는구나 싶은 정도지만, 한 발짝 가까이 다가서면 참 고마운 깨달음을 건네는 숲이 마치 다정한 요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도 숲이 나누어준 조용한 위로를 안고, 내일 또 어김없이 만날 산바카라길을 기대하며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