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희한하다.
내가 돈을 범과 동시에 남편이 매달 가져오는 돈이 펑크가 난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다.
내가 돈을 벌어서 남편 수입이 적어진 건지, 남편 수입이 적어진 시점에, 공교롭게도 내가 돈을 벌게 된 건지 모르겠다.
심지어 남편이 열심히 달성한 금액도 못 받고 있다. 대표가 도망갔다고 한다. 왜 그게 꼭 내가 돈을 버는 시점인지...
감사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입이 방정일지 모르니 일단 감사로 세팅해 놓는 걸로...
그럼에도 나는 꼭 돈 때문에 악착같이 일하는 사람 유형이 아니다.
그러니 여태 이렇게 사는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헝그리정신이 없고, 돈 귀한 줄을 모른다.
나는 돈 위에 있는 것이 있다.
내가 뭔가 슬롯에 쓰임 받고 있다는 효용감.
그놈의 자유, 자유, 자유다.
그러니 자유를 선택하는 댓가는 수입을 늘릴 수 없는 구조다. 오로지 지출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된다. 부자가 되긴 어렵고, 윤택한 삶을 살기도 어렵다.
자유를 택한 댓가는 쪼그라든 주머니 사정이 생긴다.
파이어족은 돈을 열심히 벌었다가 나중에 자신에게 자유를 준다고 하는데, 나는 그거랑 다르다.
나는 뭐든지 속박되는 게 싫다.
근데 돈을 벌라면 속박되야 된다. 조직에, 상사에, 일에, 자기 시간도.
그러니 돈과 친해지려야 칠해질 수가 없다. 나는 오로지 자유, 자유, 자유를 좋아하니 말이다.
며칠 전 막내가 컴퓨터 학원에 보내달라고 말을 한다. 여태 공부하고 담쌓은 애라 뭘 배우겠다고 한 적이 없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으니 최소한의 학습지만 하고 학원비는 굳어가는(?) 중이었다. 공부를 안 좋아해서 학원비를 절약하니 효자(?)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말이다.
딱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한 시점에 컴퓨터에 관심이 생긴 거다.
참 잘됐다. 기꺼이 흔쾌히 "다니거라"라고 말할 수 있다.
학원비는 고정비다. 꽤 몇 년 동안 나가는 비용이다. 물론 미래를 위한 투자지만 지금 당장 풀칠하는 입장에서는 비용이다.
만약 남편 수입만이었으면 '흔쾌히'가 안 됐을 것이다. 돈 때문에 좀스러운 엄마가 됐을 것이다.
이렇게 아들의 학원비로 인해, 나는 도망갈 결심의 '자유' 하나를 내려놓는다.
'자유, 자유, 자유'의 사람인데,
매일 두근거리는 공황을 지닌 채 참고 출근한다.
가족을 위해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