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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함지연

몇 달 전부터 혈당저하제를 처방받아 복용 중이다. 고혈압을 처음 진단받았을 때의 충격보다 몇 배 더 큰 충격이었다. 한동안 슬프고 우울했다. 건강검진에서 당뇨 전단계 진단을 받고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결국 약을 먹어야 하는 지경에 이른 자신이 한심했고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엎어진 물인데. 당화혈색소가 6.5라고 했다.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수치가 딱 6.5라면서 그 이하라면 좀 더 지켜보자고 할 텐데, 하필 6.5라서 그러지 못하겠단다.


약을 복용하며 혈당 관리를 시작했다. 가장 많이 신경을 쓴 것은 과일을 줄인 것이다. 나는 워낙에 과일을 좋아한다. 냉장고에 가득 채워두고, 각종 과일을 하루 종일 먹었다. 식구도 적은데 박스째 구입했다. 냉장고에 꽉 찬 과일은 금방 동났다. 야채칸의 과일이 줄어들면 불안해서 얼른 사러 나갔다. 그렇게나 좋아하던 과일을 이제 절제하고 있다. 부드러운 과육이 혈당을 급격히 치솟게 한다고 해서 과육이 단단한 사과를 먹는데, 그것도 예전처럼 한 번에 많이 먹지 않고 한 개를 넘게 먹지 않는다. 시장에 포도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사지 않았다.

식후 걷기도 꾸준히 실천 중이다. 밥을 먹은 후, 늘어지고 피로가 몰려와서 눕거나 어딘가 기대고 싶은 마음이지만, 나가서 잠깐이라도 걷는다. 외출이 곤란한 상황이면 집에서 몸을 움직인다. 최근에 시작한 계단 걷기도 꾸준히 하고 있다. 하루에 10층에서 20층 정도를 걷는다. 10층 오르는 건 약간 숨이 차고 힘들지 않다. 30층 오르기도 시도했는데 괜찮았다.


그리고 오늘 예약한 날짜가 되어 병원을 방문했다. 혈액검사를 하고 결과를 듣기 위해 진료실 앞에 앉아있는 동안 긴장이 되었다. 체중을 줄이고 싶었지만, 실패했다. 운동도 꾸준히 하고 식사량을 조절했는데 몸무게가 그대로였다. 혈당이 더 올라서 약을 세게 처방받게 되면 어쩌나 초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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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을 때 의사가 말했다. 그리고 컴퓨터의 화면을 내 쪽으로 향해 돌려주었다. 의사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보았다. 당화혈색소 6.1이라고 쓰여 있었다.

3개월 전 수치와 비교하니 0.4가 줄어있었다. 그리고 다음 진료일에 수치를 확인한 후, 약을 더 약한 것으로 조절해도 될지 보자고 했다.

진료 예약일이 다가올 때부터 울적했던 마음이 조금쯤 후련해져서 병원을 나섰다. 크게 유의미한 수치가 아닐 수도 있다. 그다지 드라마틱한 변화도 아니다. 그래도 그날은 종일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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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건 의사 선생님의 말버릇일지도 모른다. 진료실에서 마주 앉은 환자에게 그는 항상 그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덕분에 기분이 하루 종일 맑음 상태로 지낼 수 있었다.

고작 당화혈색소 0.4를 줄였을 뿐인데 그냥 좋아요도 아니고 좋아요 좋아요, 라니. 어쩐지 두 배로 칭찬받은 기분이다. 잘했네가 아니라 잘했군, 잘했네 이런 느낌일까. 그러고 보니, 요즘 누군가에게 잘했다는 말도 좋다는 말도 들은 일이 없으니, 더 감동이었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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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을 때 그 말을 소리 내어 따라 해 보았다. 역시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다. 그곳에 그 말을 듣는 사람은 나뿐이었으니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고스란히 내 귀를 통과해서 다시 내 안으로 들어와 내 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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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누군가와 대화할 때 그렇게 말해야지. 우리 만나서 맛있는 것 먹을래요? 좋아요, 좋아요. 바람 쐬러 강가로 같이 나갈까요? 좋아요, 좋아요. 새벽에 한 시간씩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 좋아요, 좋아요. 오늘 하루치의 행복을 발견하고 평화로운 저녁이 되었어. 좋아요, 좋아요. 힘들어도 지치지 않고 잘 견뎠어. 좋아요, 좋아요. 새로운 꿈을 향해 용기를 냈어. 좋아요, 좋아요. 내가, 그리고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칭찬해 줘야지.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