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사람이 두 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았다. 젊은 부부와 어린이 둘, 그리고 중장년 부부였다. 그들은 빙수를 두 개 시켰다. 주문한 음료가 나왔는지 젊은 남자가 카운터로 가서 쟁반 두 개를 양손에 들고 자리로 갔다. 쟁반에 각각 커다란 빙수 그릇과 연유를 담은 종지 두 개가 놓여 있다. 테이블에 있던 중년 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남자는 여자에게 그냥 앉아 있으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되돌아갔고, 남자는 테이블 위에 쟁반 두 개를 두었다.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다. 3세대의 가족이 팥빙수를 먹는 모습은 진부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더없이 진부한 건 중년 여자의 행동이다.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쟁반을 받으러 가던 모습. 그 가족의 누구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냅킨 따위를 가지러 가는 것은 중년 여자이다. 나는 바로 알아차렸다. 저 여자는 무수리다. 누군가를 돌보고 챙기고 보살피고 뒤치다꺼리를 오래 해왔던 사람.
어떤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다. 연령대가 다양한 여자들이 모였고, 집에서 가져오거나 음식점에서 포장한 음식과 음료를 나누어 먹었다. 모임이 마무리될 즈음, 나는 내 주위부터 시작해서 먼 곳까지 주섬주섬 탁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먹고 남은 음식들을 한 곳에 모으고, 빈 컵을 챙기고 빈 봉투에 쓰레기를 모았다. 그때 한 여자가 내 팔뚝을 가만히 누르며 말렸다. 이제 그만하라고. 지금까지 계속하지 않았느냐고.
무의식적으로 했던 일들, 내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나서서 했던 일들, 나에게는 그저 당연했던 일들. 계속해왔던 일들. 그제야 나는 휴지를 들고 탁자를 훔치던 행동을 멈췄다. 모임이 끝나고 다 함께 공간을 정리했다.
빙수를 다 먹은 가족들이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를 떠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빈 빙수그릇을 반납한 사람은 중년 여성이다.
대각선으로 멀리 떨어진 자리에는 늙은 여자와 젊은 남자 두 명이 앉아 있다. 여자의 뒷모습이 보이는데 백발이었다. 이제 카페를 떠나려는지 남자 둘이 먼저 일어났고 구석에서 휠체어를 끌고 왔다. 자리에 앉은 여자의 겨드랑이에 팔을 끼워 넣고 몸을 일으켜 후, 조심스럽게 휠체어에 앉혔다. 앉았을 때보다 일으켜진 모습을 보니 훨씬 더 왜소해 보였고 고령으로 보였다. 다리에 힘이 하나도 실리지 않은 것 같았다. 휠체어를 끌고 그들은 카페 문을 열고 나갔다.
그들을 보며 노년기에 이른 부모 세대를 떠올렸다.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다다를 그 나이를 상상했다. 단순하고 똑같이 반복되는 매일을 보내고 있을 늙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내가 오래 알고 지냈던 늙은 여자는 전화를 할 때마다 항상 무기력하게 같은 말을 했다. 그냥 있어. 어둑한 거실에서 티브이 앞에 누워 화면만 바라보며 하루를 죽이던 사람이었다.
그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어떤 이유로 이곳에 와서 머물다 떠났는지 모른다. 나와 그들의 자리는 멀고, 나는 먼 거리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내 자리에서는 그들의 희극만을 볼 수 있다. 아마 젊은 남자 둘은 손자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늙고 쇠약해서 집 밖으로 나오는 게 쉽지 않은 할머니를 위해 이곳에 왔을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달고 시원한 것을 맛보며 바깥공기를 마시며 기분이 환기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내 자리에서 보는 늙은 여자의 지금은 희극의 한순간이다.
내 바로 옆에 앉은 사람들은 중년의 여성 네 명이다. 나와 비슷한 시간에 들어와 자리 잡은 그들은 아직 자리에서 일어날 기미가 없이 수다에 한창이다. 그들 중 한 명이 올해 환갑이다. 친구 사이로 보이는 그들은 그러니 60살 전후, 나와 또래로 보인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너무 가까이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귀에 와서 꽂힌다. 나는 그들의 다섯 번째 친구가 된 것 같다. 이러다 의자를 당겨 앉아서 대화에 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들의 대화가 특별하거나 흥미진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너무 진부하고 뻔해서이다. 나와 같아서이다. 60살 여자들은 여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모였나 보다. 그들은 11월 말에 4박 5일 일정으로 중국 여행을 간다(나랑 똑같네요, 나도 환갑기념 여행을 떠날 예정입니다). 콕 집어 11월 말인 이유는 가정의 주요 행사인 김장은 끝내고 홀가분하게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 휴대폰 갤러리에 저장한 그림 몇 장을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물과 산과 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이런, 이것도 나랑 똑같구나).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결혼적령기가 분명할 자녀들의 이성 교제와 결혼식 문제. 그들 중 한 명은 스몰 웨딩을 찬성한다(나도 같은 의견입니다만).
이제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한다. 내내 조용했던 한 사람이 말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총각무를 살 거라고(나도요, 나도 잠시 뒤에 노트북을 덮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복조리시장에 갈 거예요).
다른 것 같으면서 비슷한 삶의 모습을 본다. 그래서였겠지. 나는 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들을 글로 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바카라을 읽고 공감했다는 여자들을 만날 때마다 놀랐다. 우리는 저마다 조금 불행하고 조금 억울하고 조금 불안하며 조금 흔들리고 그럼에도 조금씩 용기를 내며 삶을 사는구나. 어떤 날은 나를 잃어버린 것을 불현듯 깨닫고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분투하기도 하면서.
세 명의 여자가 들어와 내 옆 테이블에 앉는다. 나보다 나이 든 여자들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희극과 비극은 각각 어떤 비율일까. 멀리서 보는 나는 희극일까 비극일까. 딸기 요구르트와 블루베리 요구르트, 카페라테를 앞에 두고 이제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문득 바라본 창문 밖으로 크게 사이렌을 울리며 구급차가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나는 노트북을 덮고 카페 밖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