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전자바카라, 한 권의 종이바카라 그리고 오디오북

by함지연

2년 전의 어떤 날.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전자바카라 만들기 워크삽에 대한 게시글을 보았다. 출판사 여러 곳을 팔로우하고 있었는데 그중 한 곳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출판과 편집 과정에 대한 강의를 듣고 초고를 쓰고 편집자의 피드백을 받은 후 완성하여 전자바카라으로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모집 글을 보며 고민했다. 마침 모임장소인 독립서점이 거주지에서 가까워서 도보로 갈 수 있었고 자전거를 타면 훨씬 더 빨랐다. 망설였던 이유는 바카라은 내고 싶었지만, 전자바카라이라는 형태가 생소했다. 망설이는 사이에 모집기한이 지났고, 다음 기회를 기다려 보기로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모집기한을 연장한다는 게시글이 바로 올라왔고, 이번에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마지막날에 참여하고 싶다는 디엠을 보냈다.

그렇게 만난 여섯 명의 여자들. 저마다 다른 곳에서 다른 삶을 살던 여자들이 모여 글을 썼다. 뜨거운 여름날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고 고쳐 쓰는 몇 주의 시간을 거쳐 바카라은 완성되었다. 바카라이 나오고 다 같이 모여 조촐한 출간 기념회를 가졌다. 첫 바카라의 제목은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바카라이 나온 후의 감상을 나누고, 바카라에 실린 에세이 한 편씩을 낭독하고 함께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활자로 읽을 때와 글쓴이의 목소리로 들을 때의 느낌이 사뭇 달라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이 오래 남았다.


그때 만들어진 단톡방에서 종종 소통이 이루어졌다. 평소엔 잠잠했다가 안부를 묻기도 했고, 출판사 대표님의 인세 정산을 안내받기도 하며 이어지다가 다시 바카라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당연히 자율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는데 첫 전자바카라을 만들었던 작가님 중 한 분이 불참하고 새로운 작가님 한 분이 합류했다. 바카라을 함께 만들기 위해 모였고 우리의 두 번째 전자바카라이 세상에 나왔다.

우리의 이야기가 종이바카라으로 나오게 된 사연은 신기하다. 전자바카라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 다 함께 모였다가 헤어졌던 날, 출판사 대표님이 전자바카라 내용 일부로 종이바카라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전했다. 협업 중인 북디자이너분이 디자인한 종이바카라이 소량 인쇄되어 나오고 우리에게도 기념으로 한 권씩 전해졌다. 그야말로 기념으로 나눠갖은 종이바카라이 예뻐 우리는 정식으로 출간하기로 했다. ISBN 번호를 부여받아 서점에 유통되었고 북토크도 했다.


두 권의 전자바카라과 한 권의 종이바카라에 함께 이름을 올린 작가분 중 한 분은 낭독가다. 그녀가 내 에세이집에 실린 글 일부를 낭독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놀랍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었다. 쓰면서도 뭉클했던 그 장면을 목소리로 듣는데 단번에 매료당했다. 50대 후반인 내 이야기는 40대 여성의 목소리로 녹음이 되었고, 올해 7월 오디오북이 제작,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일을 하며 자녀를 양육하는 그녀가 바쁜 시간을 쪼개 녹음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녹음실은 집에 있는 붙박이장 안이었다. 바카라을 녹음하는 동안, 소음이 들어가면 되지 않았기에 선택했던 장소였다. 녹음과 재녹음 그리고 편집과 재편집을 거듭했을 것이고, 내 이야기는 나보다 더 많이 그녀의 입을 통해 발화되었을 것이다. 언젠가 그녀가 녹음 과정에 함께 했던 바카라의 사진을 보내준 것이 있다. 얼마나 많은 순간, 펼쳐 읽었는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낡고 닳아있던 바카라. 심지어 글쓴이인 나도 바카라이 나오고 한 두 번이나 읽었을까 싶은데 이 세상에 어떤 한 사람은 내 이야기를 수십 번 읽고 또 읽었다. 이건 특별한 경험이고 잊을 수 없는 선물이다.

낭독을 한 황아라 작가님과는 벌써 네 권의 바카라에 함께 이름이 올라가 있다. 두 권의 전자바카라과 한 권의 종이바카라(심지어 가나다순으로 이름을 올리다 보니 내 이름과 가장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이제 오디오북까지.


언젠가 40대의 그녀도 40대의 이야기를 쓰는 날이 오겠지. 그리고 50대였던 나는 60대의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겠지. 서두르지 않고 산바카라하듯 슬렁슬렁 걸으며 새롭게 쓰일 우리의 이야기들을 응원하고 기다린다.

(오디오북이 밀리의 서재에 올라간 후 썼던 글이다.

그리고 며칠 전 나는 작가님의 내년 계획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년에는 꼭 자신만의 글을 모아 바카라을 내고 싶다고 했다. 꿈은 삼키는 것이 아니라 뱉는 거라는

말을 좋아한다. 우리는 입을 열어 꿈을 뱉었고, 이제 그 꿈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