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점심도 사 먹고살자.

by미스블루

영화 속 주인공은 길가에 있는 아무 식당에 들러 바에 앉아 스팀이 된 조개 한 대접과 버터를 발라 노릇하게 구운 빵을 먹으며 잠깐수다를 떤다.


요즘 독한 감기로 기진맥진하여 소파에 누워 옛날영화를 보았다.

몸이 아퍼야지만 쉬어갈 수 있는 이놈의 삶.. ㅎㅎㅎ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톰 헹크스와 멕라이언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영화이다.

나는 이런 유의 영화를 아주 아주 좋아한다.

웃다가 울다가 하는 그런 영화들...

크리넥스 통을 껴안고 실컷 울 수 있는 그런 영화들..

이 영화를 보다가 왜 길가 식당에 들러 잠깐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눈이 가게 된 걸까..


요즘 엘에이의 환경이 이럴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기름값은 허리를 휘청하게 만들고 외식값은 치솟고 치솟아 음식점에 앉아서 밥을 먹는 일이 꽤 부담이 가게 되었다.

이러니 일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에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건강을 생각해 도시락을 싸는 사람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점심을 간단하게나마 자주 사 먹게 되면 월급의 많은 부분을 점심값으로 탕진해야 한다.

칼국수의 가격을 볼까? $18.99라고 메뉴에 적혀 있다.

그러면 여기에 세금이 거의 10% 붙고 또 종업원에게 팁을 내야 한다.

아주 인색하게 주어도 15%다.

그러면 칼국수 한 그릇 먹고 $24-25불 정도 내야 하는데 한국돈으로 계산해 보면 33000-35000원 정도이다.

햄버거 가격을 보자.

햄버거를 먹으며 어떻게 감튀를 안 먹을 수가 있으며 어떻게 콜라를 안 먹을 수가 있단 말인가..

콤비를 시켰을 경우 15불이 넘는다.

한국돈으로 2만 원이 넘는 돈이다.

어마어마하다.


반대로 요즘 호황을 맞은 곳은 도시락통과 텀블러 회사다.

세련된 도시락통과 군인의 수통을 연상시키는 육중한 텀블러들이 어느 가게나 즐비하다.

남편이 회사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면 인종도 제각각인 사람들의 손에 똑같이 모두 도시락통이 들려 있다고 한다.

음식점들은 유리창에 조금 싼 런치메뉴를 써붙이며 오지 않는 손님을 부르지만 이미 지갑은 닫혔다.

가겟세도 내야 하고 일하는 사람들 월급도 줘야 하는데 손님은 어쩌다 오니 음식점 주인의 한숨이 여기까지 들린다.

누구는 죽어가고 누구는 산다.

전쟁통에도 돈 버는 사람은 있었다는 말이 생각난다.


음식점은 1700년대 귀족가문에서 일하던 요리사들이 독립해 일반사람들을 대상으로 식당을 열면서 탄생했다.

레스토랑이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회복시키다, 기운을 되찾게 하다>라는 말에서 나왔다.

지친 사람들이 들려 따뜻한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려 가던 길을 다시 가게 해준다는 말인 것 같다.

의도가 참 따뜻하고 친절하다.

영화를 보며 주인공이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길가에 있는 음식점에 잠깐 앉아 갓 요리한 따뜻한 음식을 먹는 모습에 이제 우리의 낭만이 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조금 서글펐다.

전쟁터 같은 일터에서 잠깐 쉬어갈 수도 없도록 만든 치솟은 물가..

각자가 가져온 도시락을 전자렌즈에 돌려 조금의 온기를 채우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거나 바카라상에 앉아 혼자 먹는 사람들..

돈을 아껴야 여러 가지 생활을 위해 내야 할 돈을 낼 수 있으니 살기 위한 음식을 묵묵히 몸속에 욱여넣는 사람들..


월급이 많이 오르든, 물가가 안정을 되찾든, 계속 이대로 살게 되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모두가 말없이 버티고 있다.


동네에 한국 뚜레쥬르 빵집이 문을 열었다.

한국인 부부와 아들들까지 모두 합세해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빵을 팔고 커피를 내린다.

처음엔 호기심에 몰려갔던 사람들의 발길이 예전만 못해 보인다.

아침 6시쯤 빵집 앞을 지나가게 되면 어슴푸레한 어둠 속에서 노란 불을 켜고 새벽부터 나와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며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식구들의 모습에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낸다.

제발... 빵집이 문을 닫지 않았으면..

모든 것을 걸고 빵집을 오픈한 저들의 일터가 건승했으면..


나는 모두가 눈물을 그만 흘렸으면 좋겠다는 동화 속 판타지를 갖고 있지만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라는 말처럼 그래도 우리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이 환난 속에서 잘 살아남기를 바란다.

모두가 도시락을 가지고 다녔던 이 시절을 낭만이라 부르며 어느 날에는 옛날 영화 속에서나 등장했던 일이 되어 있기를 희망한다.

점심시간에는 빛나는 캘리포니아의 햇살을 쬐며 넉넉하고 푸른 바다에 품에 안겨 누군가 만들어준 따뜻한 점심식사를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원기를 회복하고 기운이 치솟아 온라인 게임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에 힘이 넘치기를 바라고,

기운이 넘칠 때는 애정도 넘친다는 말처럼 그 넘치는 애정을 옆에 사람에게 마구마구 쏟아부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모두가 가끔은 점심도 사 먹고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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