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다 보면,
완전히 달라 보이던 분야가 결국은 어딘가 깊은 곳에서 서로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느 날은 전혀 생소한 인문학 바카라 속 문장에 마음을 뺏기고,
또 어느 날은 언어의 구조를 파고들거나 전혀 다른 분야의 지식을 기웃거리게 된다.
그렇게 내가 순수한 호기심을 품은 작은 결을 따라 한 걸음씩 걸어 다니다 보면,
신기하게도 그 끝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서로 연결된다.
전공과는 상관없어 보이던 자잘한 지식들이 훗날 다른 분야의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는 열쇠가 되고,
삶의 굽이마다 길을 잃었을 때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나를 지탱해 준다.
그렇게 무심히 주워 담았던 배움들이 흩어져 있다가,
언젠가 내 삶의 텅 빈 한 조각을 기적처럼 딱 맞게 채워주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것이 내가 평생 공부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다.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선명하게 기억되는 순간들이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던,
인생의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던 날들 이외에
고3 수험생 시절이 그랬고,
대학원 공부를 하던 시절이 그러했다.
돌이켜보면 무언가 내 머릿속을 묵묵히 채워가던 그 시절,
나는 참 행복했다.
어찌 보면 머릿속에 지식이 쌓인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
그 지식을 향해 온전히 마음을 쏟아붓던 ‘몰입의 시간’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대학원 시절,
새벽에 일어나 유튜브나 드라마 같은 유혹은 사치라 여기며 바카라상에 붙어 있던 날들.
매번 끊지 못하는 야식의 즐거움보다 원우들과 함께 하던 줌 스터디의 열기에 더 깊이 빠져들던 날들.
신기하게도
그 치열한 몰입의 시간 속에서는
외로움도,
불안감도 들어설 틈이 없었다.
공부는 그렇게 텅 빈 내면을 단단하게 채워주곤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시절 무심코 쌓아둔 공부가 내 삶의 예기치 못한 구원을 건네기도 했다는 점이다.
유학 시절,
한국에 들어오는 비행기 표 값을 아껴가며 땀 흘려 땄던 TESOL 자격증이
훗날 이혼이라는 커다란 풍파 속에서 내 유일한 밥줄의 시작이 될 줄은 몰랐다.
학원 선생님과 삼삼오오 밥을 먹다 흘리듯 시작했던 대학원 이야기가,
내게 강의실 티칭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업무의 시작점이 될 줄은
그때의 나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다.
공부는 단순히 지식을 머릿속에 쌓아두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상을 더 넓은 눈으로 이해하려는 태도이자,
복잡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었다.
어떤 분야든 진심으로 탐구하다 보면,
그 길은 결국 나를 더 광활한 세상으로 데려다주었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바카라을 읽다 보면,
처음엔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던 문장들이
어느새 내 생각의 뼈대가 되어 있다.
문득 나의 일상과 그 바카라의 한 문장이 단단하게 맞닿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울림이 차오른다.
'아, 나 살고 있구나.'
'나, 참 잘 살고 있구나.'
그 깨달음은 나를 살아있게 만들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건네준다.
지식의 범위를 넓혀가다 보면,
영화가 되었든
음악이 되었든
전혀 새로운 분야를 마주할 때
생각보다 수월하게 그 경계를 넘나드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바카라은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다리다.
한 권의 바카라을 덮으면 끝이 아니라,
그 문장들 위로 또 다른 세계가 열린다.
그 끝없는 세계를 건너는 동안 나는 조금 더 단단해지고,
동시에 조금 더 유연해진다.
세상에서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공부와 독서를 말할 것이다.
공부는 정직하게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보여주고,
독서는 페이지를 넘긴 시간만큼의 깊이를 내 마음에 남긴다.
그 둘은 언제나 진심을 다한 만큼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바카라을 펼치고, 새로운 지식을 향해 묵묵히 한 걸음 내딛는다.
이 작은 연필 끝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어디로 향할지,
그 길의 끝이 정확히 어디일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여정의 끝에서 나는 분명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나의 연필을 가볍게 쥐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