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차를 만들때 찻잎은 씻지 않을까?

by강화

시음회를 할 때 한 분이 물어봤다.

"채엽 후 찻잎은 씻나요?"


이 질문은 20년 간 차 농사하며 제다 하신 선생님도 스스로에게 10년 가까이 물어봤던 질문이라고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선생님은 어느 바카라에서 이런 말을 보았다고 했다.


"찻잎은 밤안개에 목욕하고 새벽이슬에 세수한다."

이 한 구절은 꽤 큰 해답을 주었던 듯했다.


난 그때 이 말이 생각나 문의하신 분께 전달하였지만,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아마도 그분은 이런 감성적인 해답보다는 과학적인 근거와 검증을 원했던 듯했다.


역시 이 세상은 이성만으로 살 수 없지만, 감성만으로도 살아갈 수 없는 것임을 다시금 증명되었다.

그리하여 난 감성적인 답변이 아닌, 과학적인 이성적인 답변을 찾아보았다.


채협 후 찻잎은 안 씻는다. 그렇다면 왜? 안 씻어도 사람이 마시기에 괜찮은 게 맞는가? 5천 년의 차 역사에 채엽 후 차 씻는다는 공정 없이도 인간은 차를 건강하게 마셨지만, 그래도 왜일까? 그리고 지금도 차 학계에서 제다 시 찻잎 세척하는 것을 제다과정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는데, 이건 또 왜일까?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유 1. 갈변과 상처로부터의 보호

차의 핵심 성분 중, 차 폴리페놀의 70% 차지하고 있는 카테킨이나, 아미노산 중 유리(유동성) 아미노산인 테아닌, 그리고 다당류들은 모두 수용성이기에 물이 닿는 즉시 물과 함께 빠져나가고. 씻는 과정에서 마찰로 인한 세포벽 파괴로 상처 입고 일찍이 산화되어 조기 갈변되면서 '멋진 차'가 될 수 없다.


이유 2. 향기와 맛을 보존하기 위함

제다의 첫 단계는 위조(시들리기)를 잘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찻잎의 원래 75~80% 수분을 제다 할 각 차류의 니즈에 맞게 수분함량을 낮추는 게 1차 목표다. 근데 이 단계에서 외래 수분이 찻잎에 침투하여 들어오면 시드는 대신 부패가 되고, 녹차 같은 제다 과정의 살청에서 오히려 스팀 쿠킹이 되어버려 아미노산이 파괴되고, 차가 쿰쿰한 물맛 혹은 비린맛이 나버린다.


이유 3. 열이 가해지는 과정에서 살균을 해버림

6대 다류 모두 제다 하는 과정에서 각자 고온 살청이나 건조, 혹은 ‘수분 함량 5%' 이하로 낮추는 건조의 공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 찻잎과 동행했던 유해물질(세균)은 자연스레 박멸될 수밖에 없기에 씻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즉 5천 년 역사의 제다공정에 찻잎을 씻지 않는 것은 이미 살균시스템이 제다 공정에 잘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 당연시했던 것들이 이런 질문으로 인해 한 번 더 검증해 보고 배우게 되는 것 같다.


그날 나에게 차는 베풂이었다. 그 자리에 시간을 내어 오신 분들께 마음껏 베푸는 것이 차가 나에게 알려 준 그날의 지혜였다. 그러나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도 그 베풂을 받았던 것이기도 했다.


차 공부, 2차 정리 끝.

26년 7월 27일 (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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