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 만든다고? 염주는 좋은 재료 안 써.
처음 동대문에 원석을 사러 갔던 날,
가게 사장님이 제게 하신 말씀이에요.
사장님은 익숙한 듯 저렴한 원석들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말이 아주 이상하게 들리지는 않았어요.
원가를 낮춰야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염주라는 물건에 사람들이 기대하는 가격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물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니요. 이보다 더 좋은 원석은 없나요?
그렇게 마음의평화의 미니염주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어요.
사실 처음부터 염주를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마음의평화는 작은 불상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 브랜드였어요.
태국에서 마음에 드는 불상과 불교 관련 물건들을 찾아 한국에 소개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작은 부처님 손 모양의 펜던트를 발견했어요.
불교에서는 부처님의 손짓을 무드라(Mudra), 우리말로 수인(手印)이라고 부릅니다.
손의 모양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죠.
저는 그 작은 손 모양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목걸이로 만들어 소개했어요.
그런데 당시 저는 여전히 온라인 게임인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고 해서 매번 태국으로 날아갈 수는 없었어요.
그래서 비슷한 펜던트를 중국에서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물건을 받아본 날, 조금 당황했어요.
펜던트가 기존 것보다 무려 두 배 반이나 컸거든요.
목걸이로 만들기에는 너무 큰 크기였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이미 들여온 물건이니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는 목걸이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때 한 고객님이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키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염주를 만들어 보면 어떻겠느냐고요.
그 말을 듣고 생각했어요.
아, 그거 재미있겠다.
그렇게 염주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염주를 만들기로 했으니 구슬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어울리는 원석을 찾아 처음으로 동대문에 갔어요.
그곳에서 앞서 이야기한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염주 만든다고? 염주는 좋은 재료 안 써.”
하지만 저는 이미 마음의평화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 바람이 있었어요.
시중에 없는 불교용품을 소개하고 싶다는 것.
기존에 있던 물건과 비슷한 것을 조금 다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제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물건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재료를 고르는 기준부터 달라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사장님께 더 좋은 원석을 보여달라고 부탁드렸어요.
물론 그때는 원석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어떤 원석이 좋은 원석인지, 어떤 차이가 가격을 만드는지 하나씩 배워야 했어요.
그렇게 고른 구슬들을 꿰어 미니염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미니염주를 처음 선보이자마자 곧바로 품절되었어요.
다시 만들어 소개했는데 또 품절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품절.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객들이 찾아주셨어요.
마음의평화를 처음 알게 된 고객들도 늘어났습니다.
저는 그 반응이 무척 신기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었는데,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니.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고객님의 제안에서 시작한 물건이
다시 많은 고객님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혼자 생각해서 만들었다면 아마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물건이었어요.
너무 크게 도착한 펜던트도,
그것을 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신 고객님도,
동대문에서 만난 사장님도 모두 이 작은 염주가 탄생하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처음에는 잘못 주문한 물건 때문에 곤란했는데, 그 물건이 마음의평화를 대표하는 제품이 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그 미니염주는
제가 언젠가 온라인 게임을 그만두고
마음의평화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해준 물건이기도 합니다.
첫 미니염주를 만들고 2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좋은 원석을 사용하고 있어요.
원석을 보는 눈도 조금씩 생겼습니다.
국내 거래처도 많이 늘어났고,
이제는 거래처 사장님들이 좋은 원석이 들어오면 먼저 연락을 주시기도 해요.
좋은 원석을 알아보는 사람으로 저를 기억해 주시는 것이 꽤 기쁩니다.
물론 그만큼 제품의 가격도 높아졌습니다.
가끔은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그럴 때면 고민이 됩니다.
조금 더 저렴한 원석을 사용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을 텐데.
더 많은 사람이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좋은 선택 아닐까.
실제로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가격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좋은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소개하는 일도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비싼 재료로 만든 물건이 반드시 좋은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렴한 구슬로 만든 염주도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일 수 있어요.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노력은 가격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제가 만드는 염주의 재료를 쉽게 바꾸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염주는 본래 부처님을 생각하며 구슬을 하나씩 헤아리는 수행 도구입니다.
누군가에게는 기도의 도구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음이 불안할 때 손에 쥐는 작은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염주가 가진 그런 의미를 좋아해요.
마음의평화를 시작하기 전, 저 역시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작은 불상을 찾았으니까요.
그래서 염주를 만들 때면 생각합니다.
이 작은 물건을 누가 손에 쥐게 될까.
어떤 마음으로 가지고 다니게 될까.
누군가에게는 별것 아닌 구슬 몇 알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하루 중 가장 불안한 순간에 찾게 되는 물건일 수도 있겠죠.
그런 물건을 단순히 원가와 판매가만으로 결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고객님의 제안으로 시작한 작은 물건 하나가 마음의평화를 조금씩 키웠고,
저에게는 새로운 삶을 선택할 용기를 주었습니다.
지금도 미니염주를 만들 때면 그때의 마음을 떠올리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저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
어쩌면 저는 여전히 그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