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들이 나를 구한다

by마음의평화

저는 지난 12년 간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지금은 살아가는 데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물건을 만들고 있어요.

9개의 구슬을 엮은 작은 염주와

손가락 한마디 만한 작은 불상.

누군가는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

그게 돈이 되느냐고 물을지도 모를

작고 특이한 물건들.

그런데 그 쓸모없는 물건들을 만드는 지금,

저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살았습니다.


2014년부터 2026년까지

IT 스타트업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은 단순했습니다.

사람들의 일상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것.


발표도 열심히 하고… 그랬답니다…


긴 커리어 기간 동안,

다행히도 그런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그걸로 충분히 보람 있는 삶이 될 줄 알았지요.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성장해야 했어요. 그것도 아주 빠르게요.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J커브를 이야기했습니다.

두 배, 세 배, 그 이상의 성장.

어제의 성과는 오늘의 기준이 되었고,

오늘의 성과는

내일이면 반드시 넘어야 할 숫자가 되었죠.


이상하게도

저는 그 거대한 숫자들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가슴 뛰는 목표였겠지만,

저에게는 온몸을 짓누르는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잘했다는 말은 곧 더 잘해야 한다는 말이 되었고,

저는 그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그러다 보니 더 많은 기대를 받았고,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어느새 그 세계에서 제법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그때부터 저 자신을 잃어버리기 시작했어요.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보다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가 더 중요해졌고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무엇을 해내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저 자신을 돌보지 못한 시간이 쌓였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불안과 우울이

일상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갑작스러운 공황도 겪게 되었어요.

그렇게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저는 몹시 지쳐 있었어요.



이제는 염주를 만듭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 끝은

이제 작은 구슬을 실에 꿰고 있습니다.

같은 원석이라도

색과 무늬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IT 디자이너가 염주를 만든다고? 그리고 그걸 판다고?

네. 그렇게 시작한 마음의평화에

어느덧 1만 6천 명이 모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이 아직도 신기해요.


조계사 팝업의 한 장면


종교가 없어도 가지고 싶은 염주,

불자들이 하나쯤 소장하고 싶은 염주,

그런 염주,

제가 만들고 있어요.




저는 여전히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앱을 디자인하다, 지금은 불교용품을 디자인하고 있지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도 그대로입니다.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그 제품을 만드는 저 자신도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는 것.



제가 만든 염주를 손에 쥐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작은 불상을 바카라상 위에 올려두고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는 분도 계세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만들고, 소개한 물건이

누군가의 일상에 작은 자리를 얻었다는 사실이

무척 기쁩니다.


저는 원래 이런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누군가에게 작은 기쁨을 주는 일.

그리고 그 기쁨을 함께 나누는 일.

위로가 필요한 사람에게 작은 기쁨을 주고

그것으로 보람을 느끼는 사람.

이 사실을 깨닫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어쩌면 쓸모없는 물건들이 저를 구한 것은,

그것들을 좋아하는 제 마음을

다시 믿게 해 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오랫동안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이제는 조금 다른 질문을 하며 살아갑니다.

어떻게 살아야 내 마음이 평화로울까.

그 질문의 답을 아직 다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이제는 압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에,

저 자신도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