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을 찾으러 태국에 갔습니다

by마음의평화

어릴 때 저는 스님의 염불 소리를 무서워했습니다.

입시학원에 다니던 시절, 엄마는 항상 차로 저를 데려다주셨어요.

가끔 차 안에서는 스님이 염불하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어린 제게 그 소리는 낯설고 무서웠어요.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고, 왜 엄마가 그런 소리를 듣는지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저 그 소리가 싫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입니다.

어른이 되어 갑작스럽게 공황을 겪었을 때, 문득 그 소리가 듣고 싶어졌거든요.

왜 하필 그 소리였을까요.

어릴 때는 그렇게 싫어했던 소리였는데요.

저는 스님의 염불 소리를 찾아 틀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에 집중했어요.

불안이 금방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정신없이 밀려오는 두려움 속에서 그 소리를 따라가며 힘든 순간을 견뎌낼 수 있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불교가 조금 다르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는 염불 소리를 무서워했지만, 어른이 된 저는 그 소리에서 위안을 얻고 있었으니까요.


그 무렵 저는 늘 불안한 마음으로 지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은 불상 하나를 갖고 싶어졌어요.

거창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눈에 잘 띄는 곳에 작은 부처님을 두면, 바라볼 때마다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불상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조계사 앞의 불교용품점들을 샅샅이 돌아보고, 온라인 쇼핑몰도 열심히 뒤졌어요.

그런데 좀처럼 마음에 드는 불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찾아본 물건 중에는 어딘가 무속신앙과 연결된 듯한 분위기를 풍기거나,

집에 두기에는 지나치게 엄숙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런 모습이 경건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원했던 것은 조금 달랐습니다.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놓아둘 수 있는 부처님.

종교적인 의무감이나 두려움보다 편안함과 친근함을 느낄 수 있는 작은 불상이었어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국은 불교의 나라니까, 뭔가 다르지 않을까?

그게 전부였어요.

어디에 가야 불상을 살 수 있는지, 어떤 시장에 가야 하는지, 아무런 정보도 없었습니다.


그냥 연차를 냈습니다.

그리고 방콕행 비행기 표를 끊었어요.

제 생애 첫 동남아 여행이었습니다.


방콕에서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불상이 아니라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는데,

택시마다 작은 부처님 펜던트나 불상을 모셔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식당 한쪽에는 작은 제단이 마련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두 손을 모아 합장으로 인사했습니다.

제가 알던 불교와는 조금 다른 풍경이었어요.


한국에서 제가 접했던 불교는 주로 깊은 산 속에 있거나,

특별한 날에 찾아가는 종교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방콕에서는 불교가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있었습니다.

택시 안에도, 식당 한쪽에도, 길을 걷다가 마주치는 풍경 속에도요.


방콕의 구시가지는 번잡했습니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소음도 끊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 정신없는 거리에서 저는 예상보다 많은 친절과 다정함을 만났습니다.

낯선 여행자에게 보여주는 작은 배려들.

그때는 문득 이런 생각도 했어요.

불교가 사람들의 일상에 가까이 있기 때문일까?

물론 한 나라의 친절함을 종교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을 거예요.

지금 생각해 보면 여행자로서 만난 사람들과 순간들이 유독 좋았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저는 그 다정함과 불교가 일상에 녹아 있는 풍경을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그 모습이 참 부러웠습니다.

방콕에서는 도심 곳곳에서 사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찰에는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잠시 더위를 식히러 온 사람이나 산바카라하듯 들른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부처님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예를 갖추면서도, 사찰을 멀고 어려운 장소로 여기지 않는 것 같았어요.

저는 그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존중하면서도 가까울 수 있다는 것.

부처님을 경건하게 대하는 것과

친근하게 느끼는 것이 서로 반대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그곳에서 처음 생각해 보았어요.


그전까지 저는 불상을 집에 두는 일에도 어딘가 조심스러운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방콕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작은 불상은 특별한 장소에만 있어야 하는 물건이 아니었어요.

매일 운전하는 차 안에도, 일하는 가게에도, 평범한 일상에도 부처님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부처님을 가까이 두고 싶어졌어요.


그 여행에서 저는 태국의 불교 시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물건 몇 가지를 골랐어요.

처음부터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으로 떠난 여행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찾고 싶었어요.

그런데 물건들을 고르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나처럼 이런 부처님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던 물건들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가볍게 소개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어요.

누군가는 저처럼 조금 더 친근한 불상을 원했고,

누군가는 기존의 불교용품과는 다른 물건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요.

그것이 마음의평화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우연한 일들의 연속입니다.

어릴 때 엄마의 차에서 듣던 염불 소리.

그 소리를 다시 찾게 했던 불안한 시간.

마음에 드는 불상 하나를 찾겠다고 무작정 떠난 태국 여행.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물건들을 좋아해 준 사람들.

그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지금의 마음의평화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교에서는 연기(緣起)라는 가르침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것은 독립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원인과 조건에 의지해 일어난다는 뜻이에요.

저는 이 가르침을 공부하면서 가끔 제 삶을 돌아봅니다.

당시에는 그저 무섭고 싫었던 소리가 훗날 저에게 위안이 될 줄은 몰랐어요.

불상을 찾으러 떠난 여행이 브랜드의 시작이 될 줄도 몰랐고요.


어떤 경험이 앞으로 무엇과 연결될지는 그 순간에는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제가 좋아하는 마음을 조금 더 소중히 여기려고 해요.

당장 쓸모가 없어 보여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해도요.

그 마음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직 모르니까요.


그리고 가끔은 생각합니다.

그때 엄마가 차에서 틀어놓았던 염불 소리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어쩌면 마음의평화는 제가 태국행 비행기 표를 끊었던 날보다 훨씬 오래전에 시작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전 01화쓸모없는 것들이 나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