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후, 결혼식에 다녀왔다.
요즘 결혼식은 한 편의 동화와 같다.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마다 스토리가
있다.
꽃과 조명, 음악과 영상이 어우러지고,
신랑과 신부가 걸어온 지난 5년의 시간이
하나의 이야기로 펼쳐졌다.
신랑이 신부 앞에 무릎을 꿇고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는 장면이 특히
아름다웠다.
신부는 환하게 웃으며 신랑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서로의 손을 잡는 순간,
보다 앞으로 함께 살아갈 날들을 약속하는
장면처럼 보였다.
신랑의 깜짝 이벤트,
축가를 불러 신부를 놀라게 해주는 모습,
행복해하는 신부,
모든 게 보기 좋았다.
그 모습을 보니 오래전 나의 결혼식이
떠올랐다.
정해진 순서에 따라 길고 긴 주례사를
숙연하게 듣고 사진을 찍었다.
결혼식은 엄숙하고 조용해야 한다고
여겼던 시절이었다.
특별한 신랑 신부의 이야기도,
웃음을 터뜨릴 장면도 없었다.
돌이켜 보면 참 밋밋하고 형식적인
결혼식이었다.
반면에 요즘 젊은 사람들의 결혼식은
다른 것 같다.
신랑과 신부만의 스토리가 있고,
그들만의 이벤트를 즐긴다.
부모님도 웃었다가 울게 만든다.
하객 역시 가만히 앉아 예식을 지켜보는
데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의 이야기에 함께
웃고 감동한다.
오늘 결혼식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것은
신부 아버지의 진솔한 인사말이었다.
주례사라기보다는 딸을 시집보내는
아버지의 고백에 가까웠다.
신부 아버지는 아내 없이 남매를 홀로
키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세월을 자신만의 힘으로 견딘
것은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모가
있었다.
어머니가 손주들을 돌보며 함께 버텨
주었기에 오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말을 하던 신부 아버지는 끝내 목이
메었다.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멈춘 사이,
혼주석에 앉아 있던 노모의 눈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눈물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볼살이 떨릴 정도로 흐느끼는 모습에는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세월이 담겨
있었다.
아들 대신 손주들을 돌보며 보낸 날들,
어린 손주들이 어른이 될 때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던 시간, 먼저 떠난 며느리의
빈자리를 대신해야 했던 고단함이
한꺼번에 밀려왔을 것이다.
손녀가 아름다운 신부가 되어 서 있는
모습을 보며 기쁨도 컸겠지만,
그 기쁨 속에는 오래 묻어 두었던 당신의
설움도 함께 섞여 있었으리라.
그 눈물을 바라보며 한 사람의 결혼식이
그 사람만의 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부가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아버지의
시간이 있었고, 그 아버지의 뒤에는 다시
할머니의 수고가 있었다.
한 세대가 다음 세대를 키우고,
그 세대가 또 다음 삶을 시작하도록
밀어 준 것이다.
그런 사연 속에서 자란 신부는 의외로
밝고 당찼다.
결혼식 내내 흔들림 없이 미소를 지었고,
자신의 자리를 편안하게 지켰다.
신랑보다 두 살 연상이라고 했지만,
네 살쯤 더 많은 사람처럼 의젓하고
든든해 보였다.
어린 신랑이 참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신부의 단단함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닐 것이다.
아버지의 바카라임감과 할머니의 인내를
보고 자란 사람에게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힘이 생긴다.
웃음 뒤에 놓인 가족의 시간을 알고
있기에, 신부는 자신의 새로운 가정을
따뜻하고 의젓하게 꾸려 갈 것 같았다.
화려한 꽃과 반짝이는 조명은 예식이
끝나면 거두어진다.
그러나 그날 신부의 손에 반지를 끼워
주던 신랑의 모습과, 손녀의 결혼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할머니의 얼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결혼식은 동화처럼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은 화려하게 꾸며진
무대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었다.
한 가족이 서로를 돌보며 건너온 긴
세월과, 그 세월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삶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신부가 걷는 꽃길에는 아버지의
사랑과 할머니의 눈물로 다져진 한 가족의
긴 세월이 함께 피어 있었다.
https://suno.com/s/p8Bnc9e5T8uoWZku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동화 같은 꽃길 위에
두 사람이 마주 섰네
그대 손에 반지를 끼우며
오늘을 영원이라 부르네
말을 잇지 못한 아버지
흰머리 어머니를 바라보면
손녀를 키운 오랜 세월이
눈물이 되어 흘러내리네
우우우우 ~~
사랑은 그렇게 이어져 왔네
한 사람의 수고가 또 한 사람을 키우고
지나온 아픔까지 꽃이 되어
오늘 이 길 위에 피어났네
우우우우~~~
두 손을 잡고 이제 걸어가렴
웃음으로 서로를 지켜 주렴
할머니의 눈물과 아버지의 마음이
너희의 앞날을 밝혀 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