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에 담긴 여름

by남궁인숙

여름방학을 맞아 영국에서 삼둥이가

왔다.

할머니 댁에서 지내는 한 달 반 동안

삼둥이는 어린이집에 다니기로 했다.


달력으로는 한 달 반, 실제로 등원한

날은 스물두 날 남짓이었다.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삼둥이는 금세 어린이집의 활력소가

되었다.

비슷한 얼굴 셋이 한꺼번에 교실로

들어오는 아침이면 선생님들의 눈과

손도 평소보다 세 배쯤 바빠졌다.


“잠깐, 이 가방은 누구 거지?”

“아까 그 아이가 이 아이였나?”


처음에는 이름과 얼굴을 맞추는 것부터

작은 시험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런 어른들의 혼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친구들과 장난감을 나누고, 웃고,

뛰어다니며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어린이집 생활에 스며들었다.


그렇게 삼둥이의 한국 생활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등원 날이 찾아왔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과자 파티를 열었다.

과자 봉지가 바스락거리고 웃음소리가

교실을 채웠다.

이별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에는 어린

나이였지만, 이제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분위기만큼은 느끼는 듯했다.

아이들은 과자를 나눠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고, 선생님과 친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다시 영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

삼둥이 할머니께서 영상과 사진을

보내왔다.

큰아이는 학교에 가고, 삼둥이는 그 학교

부속 유치원에 등원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 같다.

아이들은 파란색 옷을 맞춰 입고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등에 익숙한 가방이

보였다.


강동어린이집 가방이었다.


나는 사진을 확대해 다시 보았다.

분명했다.


서울에서부터 어린이집 가방을 비행기에

싣고 간 아이들.

바다를 건너 도착한 영국,

뉴욕의 어느 골목길의 등굣길,

아이들의 어깨에는 강동어린이집 가방이

함께 걷고 있었다.


“어머, 우리 어린이집이 영국까지

진출했네!”


누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삼둥이는

강동어린이집의 해외 홍보대사가 되어

있었다.

광고비도 들지 않고,

별도의 홍보 전략도 없었다.

가방을 멘 아이 셋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과자를 손에 든 채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더해지니 이보다 생생한

홍보 사진도 없을 듯했다.


사진을 보며 웃다가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났다.


한여름에 손주 셋을 돌보느라 얼마나

분주하셨을까.

밥을 먹이는 일도 세 번,

씻기는 일도 세 번,

밖에 나갈 때 신발을 챙기는 일도 매번

세 번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뒤에야 비로소

하루가 끝났을지도 모른다.


손주들이 영국으로 돌아간 날,

할머니 댁은 모처럼 조용해졌을 것이다.

장난감도 제자리를 찾고, 식탁 주변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도 사라졌을 것이다.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눈물을 훔치면서 너무 조용해진 집 안을

몇 번이나 둘러보셨으리라.


아이들이 있을 때는 정신이 없고,

떠나고 나면 그 소란이 그립다.

그래서 손주들이 다녀간 자리는 늘

시원하면서도 섭섭하다.

아마 할머니의 여름도 그랬을 것이다.


삼둥이는 영국으로 돌아갔지만

강동어린이집에서 보낸 스물두 날은

아이들의 가방 속에 함께 담겨 갔다.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던 과자의 맛,

선생님의 목소리, 교실에서 터뜨렸던

웃음도 그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오늘도 영국의 어느 등굣길에서는

강동어린이집 가방 세 개가 나란히

움직인다.


우리 어린이집의 가장 작고 귀여운

해외 지점이다.




가방 속에 담긴 여름



작사:콩새작가

작곡:수노



바다를 건너 찾아온 여름

세 아이의 웃음이 교실에 피고

스물두 번의 아침이 지나

친구들과 정이 가득 쌓였네

마지막 과자 파티 아쉬운 인사

작은 손 흔들며 다시 먼 길로


랄랄랄랄

강동어린이집 가방을 메고

영국의 아침길 나란히 걸어요

친구들의 웃음, 선생님 사랑,

가방 속에 고이 담아 왔어요

멀리 있어도 잊지 않을게

우리 함께한 반짝이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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