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밥맛승부 5. 밀키퀸 VS 향찰 버들벼 블랜딩

수향미의 조상과 동북144의 후예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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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결에 나선 일본측 주자는 밀키퀸입니다. 우선 AI의 힘을 빌려 이 품종에 대해서 좀 깊이 알아보겠습니다.



품종 — 밀키퀸(Milky Queen)

밀키퀸은 일본의 대표적인 저아밀로스 멥쌀입니다. 아밀로스 함량은 대체로 10% 전후로, 일반 자포니카보다 확실히 낮고 찹쌀보다는 높습니다. 그래서 밥을 지으면 점착성이 강하고 부드러우며, 식은 뒤에도 딱딱해지는 속도가 느린 편입니다.


이름은 쌀알이 일반 쌀처럼 완전히 반투명하기보다 유백색을 띠는 특성에서 왔습니다. AKOMEYA도 “표면이 우유 같은 색을 띠어 Milky Queen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설명합니다.


또 중요한 점은 이 제품의 생산자인 오노 미쓰오(大野満雄)가 밀키퀸이 아직 정식 품종등록되기 전인 1994년, 농림수산성 농업연구센터에서 시험계통 종자를 받아 재배한 초기 생산자라는 점입니다. 생산조합 측 기록에서는 당시 이 쌀을 ‘마보로시노오코메(幻のお米, 환상의 쌀)’라는 이름으로 시험판매했고, 이것이 이후 밀키퀸으로 품종등록됐다고 밝힙니다. (農事組合法人東町自然有機農法)

즉 이 상품은 단순히 “밀키퀸 품종”이 아니라 밀키퀸 초기 재배 역사와 직접 연결된 생산자의 쌀이라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농법 — 유기 JAS

생산조직인 농사조합법인 히가시마치 자연유기농법(農事組合法人東町自然有機農法)은 이 지역에서 1984년부터 무농약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1996년에는 종이멀칭 이앙기(紙マルチ田植機)를 도입했고, 2001년부터 JONA의 유기 JAS 인증을 받았습니다. (農事組合法人東町自然有機農法)

여기서 종이멀칭이 중요합니다. 모를 심으면서 논 표면을 생분해성 종이로 덮어 햇빛을 차단하고 제초제를 쓰지 않고 잡초 발생을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즉 이 생산자의 유기농은 단순히 “농약을 덜 친 쌀”이 아니라, 잡초 관리 자체를 재배기술로 해결해온 계통입니다.

사진의 JAS 인증번호도 두 개가 적혀 있습니다.

농사조합법인 히가시마치 자연유기농법 — JA020530PC
주식회사 호리상점 — 2001D-18


생산자 — 오노 미쓰오(大野満雄)

산지는 이바라키현 이나시키시(茨城県稲敷)입니다.

오노 미쓰오는 현재 농사조합법인 히가시마치 자연유기농법 대표이사로 확인됩니다. 조합 주소는 이바라키현 이나시키시 기요쿠지마 226-3입니다. 이 조직의 역사가 꽤 깁니다. 1983년 마을 30호가 공동 영농조직을 만들었고, 1984년 무농약 재배 시작, 1992년 자연유기농법 생산조합 설립, 1994년 밀키퀸 시험재배, 2000년 법인화, 2001년 유기 JAS 인증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2015년에는 ‘시라사기 밀키퀸(しらさぎミルキークイーン)’을 상표등록했습니다.


오노 미쓰오(大野満雄) 씨는 단순한 “밀키퀸 생산자”라기보다, 밀키퀸이 아직 정식 품종명이 없던 시절부터 시험재배에 참여한 초기 생산자 그룹의 핵심 인물로 보는 게 맞습니다.

공식 연혁에 따르면 1994년 쓰쿠바의 농림수산성 농업연구센터에서 아직 품종등록되지 않은 신계통 종자를 받아 재배했고, 처음에는 이를 ‘마보로시노오코메(まぼろしのお米, 환상의 쌀)’라는 이름으로 소비자에게 시험판매했습니다. 바로 이 쌀이 나중에 밀키퀸으로 품종등록됐습니다.

오노 씨 본인의 회고도 꽤 흥미롭습니다. 당시 택배 고객들에게 샘플과 설문을 보내 비교평가를 했는데, 90% 이상이 고시히카리보다 맛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후 연구자에게서 “밀키퀸의 원조는 오노 씨”라는 평가를 들었다고 직접 회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법적·육종학적 의미의 “개발자”라는 뜻은 아니고, 초기 현장재배와 소비자 검증을 한 생산자라는 의미로 이해해야 합니다.


재배 철학도 분명합니다. 오노 씨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는 논을 “생물의 도가니”처럼 묘사하면서 메다카, 미꾸라지, 물방개, 잠자리 유충, 실지렁이와 각종 잡초가 공존하는 논을 중요하게 봅니다. 그는 토양 만들기와 생태계의 순환을 쌀농사와 연결해서 설명합니다.

농법의 변천도 볼 만합니다. 1996년에는 종이멀칭 이앙기를 도입했고, 2001년에는 JONA의 유기 JAS 인증을 받았습니다. 현재 유기재배 밀키퀸과 고시히카리는 농약·화학비료 무사용, 특재미는 농약 80%, 화학비료 90% 절감 기준으로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생산 후 관리도 집요합니다. 농가로서는 드물게 색채선별을 두 번 하고, 약 50평 규모의 저온창고를 보유합니다. 예전에는 외부 저온창고를 빌렸지만 사업 확대 후 자체 저온창고를 지었습니다. 1톤 플렉시블 컨테이너 보관까지 고려한 시설입니다.


그리고 2015년에 ‘시라사기 밀키퀸(しらさぎミルキークイーン)’을 상표등록했습니다. 즉 품종명 밀키퀸 위에 자기 산지와 생산방식의 브랜드를 따로 얹은 셈입니다. ① 밀키퀸 초기 현장재배자, ② 1980년대부터 이어온 무농약·유기농 생산자, ③ 품종을 자기 생산철학과 산지브랜드로 다시 상품화한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AKOMEYA가 그냥 “이바라키산 밀키퀸”이 아니라 ‘오노 미쓰오 씨의 밀키퀸’이라고 전면에 내세우는 데 이유가 있습니다.


밀키퀸이라고 하면 어딘가 귀에 익은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아마도 우리나라으 골든퀸(골든퀸, 골든퀸2호, 골든퀸3호)이라는 품종이 귀에 익어서일 수 있습니다. 골든퀸도 저아밀로스쌀로 개발되었고, 특히 골든퀸3호는 화성 지역에서 '수향미'로 출하됩니다. 수향미는 밥맛에 조금 관심있는 분들은 다 아는 쌀이지요.

이 수향미, 골든퀸3호의 유전자에는 일본 밀키퀸의 유전자도 들어있습니다.


오노미쓰오씨는 위의 밀키퀸개발과 관련된 이력 외에도 종이멀칭등 새로운 농법들을 개발해온 선구자적인 농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농부들이 많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저도 할 일이 많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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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포장 — 호리상점(株式会社堀商店)

쌀은 이바라키에서 생산됐지만, 제품 라벨에 호리상점의 유기 JAS 인증번호가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호리상점은 니가타시 히가시구 오로시신마치 3-61에 본사·정미공장을 둔 쌀 전문 회사입니다. 1951년 창업계열이고, 1994년에 현재 위치에 정미공장과 저온창고를 구축했습니다.

특히 이 회사는 진공 쌀 포장을 전문 분야로 내세웁니다. 공식 사이트에서도 자사의 진공포장 설비를 주요 경쟁력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이 제품도 300g, 즉 2합 진공팩입니다. AKOMEYA는 진공포장 덕분에 정미 후 약 6개월을 권장 소비기간으로 안내합니다.

호리상점 공장에서는 정미 시 쌀 온도가 올라가지 않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관리한다고 설명합니다. 마찰열이 올라가면 균열과 품질저하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공장장은 쌀 마이스터 자격도 보유한 것으로 소개돼 있습니다.


아코메야의 특선쌀들을 소개하다보니 호리상점이 계속 나옵니다. 일본에서도 특출난 정미소인가봅니다. 다음번엔 호리 상점을 좀 파보도록 해야겠습니다. 저번엔 후쿠이, 이번엔 이바라키에서 생산된 쌀이 굳이 니가타의 호리상점에서 도정, 포장을 했다는 것은 우연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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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아름다운 쌀입니다. 쌀알이 조금 통통한 편이네요. 심복백은 한쪽으로 몰려있는 편이고요. 확실히 일반 멥쌀에 비해서 투명도가 살짝 떨어지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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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쌀도 일본식으로 도나베에 지었습니다.


300-335-360.


세 번 씻기 기준이고, 최종적으로 120%의 물을 썼습니다. AI가 추천하는 물 양의 하단인데, 이것도 좀 많다싶지만 120퍼센트로 지어봅니다. 물에 오래 불리지 않아서 물을 조금 더 주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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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잘 나왔습니다. 확실히 찰기가 있는 편입니다. 일본쌀 중에서 찰기 없는 계열은 한국인 취향에선 거의 좋은 평가를 못 받는 것 같습니다(한국 품종도 그렇습니다). 밀키퀸은 쫀득한 식감이 좋고 윤기도 자르르 하는지라 기대가 됩니다. 단맛도 상당하고, 향은 좀 약하지만 뒤에 감칠맛이 붙는 것도 좋습니다. 다른 일본쌀들이 어딘가 허허로운 일본식 정원같은 미학이라면 이쪽은 훨씬 맛과 식감이 들어차있습니다.

이제까지 거의 일방적으로 밀리고있는 일본 고급쌀의 입지를 만회해줄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오늘 한국의 토종쌀로는 버들벼와 향찰의 블랜딩입니다. 멥쌀인 버들벼가 메인이고 향찰은 식감과 향을 거들어줄뿐입니다.

여기서 잠깐, 향찰에 대해서 최근에 공부한 것이 있어서 밝혀봅니다. 언젠가도 언급했듯이 햘찰은 토종쌀이라고 하기엔 밀양 146호라는 정부보급품종의 기록이 선연합니다. 다만 근래 품종같이 몇 년이면 종자를 새로 사야하는 것이 아니고 자가채종을 거듭하면서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고, 창원의 우봉희농부가 선대로부터 30년간 농사를 지어온 품종이라고 합니다. 한마디로 토착화가 완성된 쌀이라 토종쌀로 분류해야한다는 우봉희농부의 주장이 있고, 이 주장에 상당한 일리가 있기에 토종쌀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https://stib.ee/aglN


향찰의 향미성분은 2아세틸 1프롤린(2AP)이고 이 성분은 바스마티나 자스민쌀 품종에는 많이 보이지만 자포니카 품종, 특히나 우리 토종쌀에는 기록에도 실제로도 남아있는 것이 없습니다. 향찰은 동북144, 혹은 하기노카오리라는 일본 향미 품종을 모본으로 하여 개발된 향미품종이라는 것을 기록해 둡니다.


버들벼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토종 중에서도 아주 오래된 품종입니다. 삼광미와도 비슷하게, 육각형이 충실한 스타일이고 어디가 튀는 특징은 없는 편이라서 무난한 멥쌀이라고 보면 됩니다. 물론 여기서 무난함이란 토종쌀 기준이고, 관행농 개량종들과 비교하면 단맛도, 감칠맛도 폭발하는 수준입니다. 삼광의 격차 큰 상위호환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버들벼에 대한 설명은 아래 글을 참조하시고요.


https://stib.ee/roeM


오늘도 토종쌀밥 사진은 없습니다. 늘 짓는 밥이다보니 아무래도 사진같은 것 찍을 생각을 못 합니다.


오늘은 저녁 손님이 거의 없으셔서 단 두 분만 평가에 참여해 주셨네요. 결과는?


골든퀸 0:2 버들벼 향찰 블랜딩


또 토종쌀의 승리입니다. 골든퀸은 앞서도 말했지만 수향미와 비슷한 특징들이 많아서 드시는 입장에서 인지적으로 큰 차이가 없으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도정상태나 완전미 비율 등에서 일반적인 수향미보다 뛰어난 쌀이라는 평가는 빠지지 않았습니다만. 향찰과 버들벼 조합이 식감, 단맛, 향의 양과 질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표본은 적지만 완승입니다.


일본쌀 0.5: 4.5 한국 토종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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