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하는 시간들이 나에게 준것들
한동안 쉬는 것도 일처럼 하며 보냈다.
쉬면서도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공부하고, 배우고,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바쁘게 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어진 시간을 조금 더 잘 쉬어보자, 잘 쉬어야 다음에 잘 나아가지.
무언가를 더 배우려고 하지 말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
나를 충전시키는 즐거운 일을 해보자.
그렇게 ‘기쁨 채집’을 시작했다.
물론 이것도 매일 기록하고, 오늘의 기쁨을 찾는다는 점에서 어쩌면 또 하나의 일처럼 했나 싶지만. :)
그래도 예전과는 다른 점들이 분명 있다.
먼저 아침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 하루를 이렇게 보내고 나면, 저녁에 나는 어떤 생각이 들까?’
‘아, 나에게 시간이 있어서 이런 것도 할 수 있었구나. 참 다행이다.’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은 일들을 하기로 했다.
한 달, 두 달쯤 그렇게 지냈을까.
매일 기록하고, 매일 아침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하다 보니 조금씩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다.
매일 운동하는 것.
그림을 보는 것.
산을 걷는 것.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것.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를 이해하고 보살핀다는 느낌을 주는 일들이었다.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하려 했다. 그리고 정말 감사했다.(나에게 이런 시간이 주어지다니)
그리고 발견했다.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나는 자율권이 없는 환경은 못 견디겠어)
어떤 순간에 보람을 느끼는지, (내가 잘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걱정이 되지 않는 프로젝트를 잘 끝냈을 때)
무엇을 할 때 마음이 충만해지는지.(상대가 만족하고 성장하려는 동료들과 있을 때)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질문들을
비로소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아마 그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지금도 가끔은 생각한다.
‘나 지금 놀고 있는 건가?’
‘이렇게 지내도 괜찮은 걸까?’
그래도 신기하게 예전처럼 불안하지 않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을지 몰라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가고 있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을 알아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으니까.
어쩌면 잘 쉬는 일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시 나답게 살아갈 힘을 충전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