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가마에서 몸의 독만 빼는 게 아니더라구요

마음의 독도 빠지게 한 모녀의 대화

by배짱이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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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수용이 해독제가 되는 순간

몸속 깊이 쌓인 찌뿌둥함을 덜어내려 찾아간 숯가마. 훅 끼쳐오는 뜨거운 열기에 몸을 맡기고 누워있던 참이었다. 고요하던 황토방 안으로 한 모녀가 들어왔고, 머지않아 딸의 날 선 목소리가 좁은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가만히 그 대화를 듣고 있자니, 마치 1년 전의 나를 마주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딸의 뾰족한 투정과 원망 섞인 이야기를 그저 묵묵히 듣고 있는 엄마. 딸을 탓할 만도 한데 엄마는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듣고만 있었다. 그리고 건넨 한마디. "우리 딸 잘 될 거다"


신기하게도 엄마의 그 한마디에 딸의 격양되었던 목소리가 차분히 잦아들었다. 마치 팽팽하게 당겨져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했던 실이 스르르 풀리듯, 황토방의 뜨거운 공기 속으로 그 날카로웠던 감정들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했다.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1년 전의 나에게도, 누군가 저렇게 온전히 내 마음을 받아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냥 내가 겪은 어려움은 처한 환경이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이라고. 그러니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누군가 내게도 그런 조건 없는 수용을 보내주었다면, 나 역시 마음에 켜켜이 쌓인 독을 조금은 더 일찍, 그리고 조금은 덜 아프게 빼낼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가 깊이 상처받고 바닥에 넘어졌을 때,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완벽하게 짜인 논리나 날카로운 조언이 아니다. 그저 내 감정을 아무런 판단 없이 들어주고, 기꺼이 내 편이 되어주는 단 한 사람의 따뜻한 온기다.


오랜만에 몸의 독을 빼러 찾아간 숯가마에서, 나는 낯선 타인의 대화를 통해 내 마음 한구석에 끈질기게 남아있던 1년 전의 잔여물마저 땀과 함께 흘려보냈다. 뜨거운 황토방을 나서는 발걸음은 처음 들어올 때보다 훨씬 가벼워져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마음속에 짙은 독을 품고 홀로 끙끙 앓고 있을 수많은 '1년 전의 나'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너무 속 끓이지 말라고. 당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이제 그 남은 독을 다 뱉어내고 나면, 분명 좋은 일만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