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째 감사일기

by김단아

오늘은 유난히 감사한 일들이 많은 하루였다.
하루를 돌아보니, 사람의 따뜻한 마음과 다정한 말, 그리고 생활 속 작은 안도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먼저, 아이 친구의 엄마가 집밥을 먹으러 오라며 초대해주셨다.
그 마음이 참 고맙고 따뜻해서 초대를 받아 아이 친구 엄마네 집에 놀러 갔다. 등원시키고 나서, 복직하기 전에 이렇게 맛있는 집밥을 얻어먹게 될 줄은 몰랐다. 김치찌개와 수육, 직접 만든 쌈장에 쌈 채소들, 그리고 정성스럽게 차려주신 여러 밑반찬들까지. 한 상 가득 담긴 음식들을 보며 참 감동했고, 그 안에 담긴 정성과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따뜻한 집밥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꼈다.


두 번째로 감사했던 것은, 오늘 정신과 진료에서 선생님께 따뜻한 응원과 칭찬을 들은 일이다.
세로토닌을 증가시키는 약을 계속 먹고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복직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다시 열심히 일해서 돈도 벌고 생활도 이어가라고 응원해주셨다. 그러면서 뭐든 계속 놀아도 싫고, 계속 일해도 싫은 것이라며 웃으며 말씀해주셨는데, 그 말이 오히려 마음을 조금 가볍게 해주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이렇게 버티고, 잘 지내오고 있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좋은 선생님께서 65살의 나이에도 이렇게 자신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돌보고, 말로 힘을 주고 계신다는 사실도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장난스럽게 “선생님도 그만두지 마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그 짧은 농담 속에도 왠지 모를 애정과 고마움이 담겨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오늘 새로 이사 온 집에 두고 가신 에어컨을 청소하면서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전에 사시던 집주인분께서 에어컨을 그대로 두고 가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이 에어컨이 없었다면 또 새로 사야 했을 텐데, 그 부담을 덜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청소를 하면서 보니 조금 지저분하고 먼지도 많이 나오고 손이 가긴 했지만, 그래도 이미 찾아온 더위를 생각하면 이 여름을 버텨낼 수 있는 준비가 하나 생긴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에어컨 하나가 있다는 사실이 단순한 가전제품 이상의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오늘의 감사는 사람과 말과 물건 속에 조용히 스며 있었다.
집밥으로 마음을 내어준 사람, 버텨온 시간을 알아봐 준 선생님, 그리고 이 더운 계절을 조금은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에어컨까지.
이런 것들이 모여 오늘 하루를 든든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오늘도 감사하다.
정성 어린 집밥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것,
버텨온 나를 알아봐 주는 좋은 선생님이 있다는 것,
그리고 다가오는 여름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에어컨이 이 집에 남아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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