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의 생얼

원래 이런건가?

by조매할

내 앞에 놓인 것은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고기를 사러 정육점에 가면 볼 수 있었던 기계였다.

아주 두꺼운 고기 덩어리를 고정시켜 두고 앞뒤로 밀고 당기면, 우리가 흔히 먹는 샌드위치용 고기 두께로 잘려 나온다.

시계는 오전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력서를 두고 간 지 2주쯤 뒤, 생긴 지 얼마 안 된 스페셜티 커피숍의 매니저와 마주 앉았다.


이력서를 보니 이쪽 일은 전혀 해 본 적이 없던데, 괜찮겠어요?
네, 금방 배워서 잘할 자신 있습니다.


이 일은 왜 하려고 하죠?
얼마 전 마신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집도 가깝고, 당분간 바리스타 일에 집중해 보고 싶습니다.


다시 2주가 흘렀다.

2014년 12월 15일, 매니저에게서 짧은 이메일이 왔다.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죠?

대기업 최종 합격 메일, 대학원 입학 통지 메일을 받았을 때만큼 뛸 듯이 기뻤다.


일을 시작하자마자 왕관처럼 번쩍거리는 에스프레소 기계 앞에 설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급하지 않게, 조바심 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배우면 될 것이라고 믿었다.


나에게 처음으로 맡겨진 일은 지하에서 샌드위치 고기를 써는 일이었다.


분위기 좋은 커피숍의 생얼은 지하실이었다.
종이컵과 소모품 상자들이 줄지어 쌓여 있었다.

나는 노란 조명이 비추는 가장자리에서 스걱스걱, 조심조심 고기를 썰었다.


원래 이런 건가?


보여 주리라. 머지않아 이 커피숍에서 고기를 제일 잘 써는 사람은 나라는 것을.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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