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치웠습니다
커피가 맛있어서 커피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커피를 주로 만드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지하에서 고기를 썰었고, 우유를 날랐다.
접시와 테이블을 닦았고 청소를 했다.
에스프레소 기계는 만져 보기는커녕 근처에 서 있지도 못했다.
소림사에 들어가면 무술보다 물을 길어 오고 장작을 패는 일부터 한다던데,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1월의 어느 이른 아침, 가로등이 아직 꺼지기 전이었다.
거리는 밤새 내린 눈으로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타이어에 체인을 감은 자동차가 아주 가끔 지나갔다.
내가 매장 문을 여는 날이었다.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눈이 쌓였다. 집이 가까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걷다 보니 5분 거리의 매장에 금방 닿았다.
오늘 장사가 되겠나 싶을 만큼 눈발이 굵어졌다.
평소처럼 문을 열기 전에 할 일들을 했다.
불을 켜고, 테이블 위에 올려 둔 의자들을 내린다. 드립 커피용 원두를 저울에 달아 그라인더에 넣는다.
냉장고와 냉동실의 온도를 확인한다.
할 일을 다 했는데도 7시까지는 한참 남아 있었다.
커피숍 앞에 소복이 쌓인 눈을 쓸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기를 썰며 지하실에서 보았던 눈 치우는 삽이 떠올랐다.
삽을 들고 같은 동작을 되풀이하다 보니 군대 시절이 생각났다.
그때를 생각하면 이까짓 거야 일도 아니지.
해가 떴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손님들이 하나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창에는 김이 서렸고 아이들은 한껏 들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가게 주인이 밝은 얼굴로 들어왔다.
가게 앞 눈, 누가 치웠는지 알아요?
제가 치웠습니다.
와우, 멀리서 오느라 늦었는데 제 일을 대신 해 주었군요. 정말 고마워요.
겨우 이까짓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었다니 머쓱했지만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