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썩는 사람이 되는 방법

완벽한 관리란?

오늘도 밝아온 평일의 분주한 아침. 여느 때와 같이 물 한잔을 마시고 출근한다. 이내 도착한 바카라상에 앉아 오늘의 일과를 확인하고 곧장 정수기로 향한다.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영양제 먹기'다. 먼저 유산균을 먹고 잠시 뒤 글루타치온을 먹는다. 뒤이어 여성 건강을 위한 코어 이노시톨을 먹고 몸의 염증을 줄이기 위해 올리브오일까지 먹어주면 아침 영양제루틴이 끝난다. 남은 오전은 업무를 하다가 속을 데워주는 따뜻한 차를 마시다 보면 곧 점심을 먹을 시간이므로 애플사이다비네거를 챙긴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또 먹어야 할 것들이 있다. 비타민B, C, D와 오메가 3을 먹고, 오후를 보내고 퇴근해 요가를 다녀온 뒤, 마지막으로 자기 전 마그네슘까지 먹어준다.


내가 영양제를 고르는 기준은 꽤 까다롭다. 유산균은 프리바이오틱스, 프로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낙산균까지 골고루 든 제품을 선택하고, 글루타치온은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꼭 리포좀 제품을 고집한다. 뿐만 아니라 이노시톨도 고함량, 비타민 역시 리포좀, 오메가 3은 반드시 IFOS 인증을 거친 제품을 선택한다.


이런 모습을 꾸준히 봐왔던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영양제가 좋은지 물어보기도 하고, 여러 종류의 영양제를 챙기는 모습을 보며 놀라기도 한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죽어서도 쉽게 썩지 않을 거예요!" 이 생에 미련이 철철 넘치는 답변이다.


이것은 내 몸에 최소한의 시간을 투자해 최고의 효율을 뽑아내고자 몇 년에 걸쳐 스스로 만든 루틴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아는 이론 안에서는 이 루틴이 최고의 효율일지 몰라도, 과연 정말 몸에게도 최선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출근하지 않는 주말만큼은 그 어떤 영양제도 먹지 않았다.


엄선해서 고른 고스펙 영양제들이 내 건강을 지켜주는 일등 공신임은 틀림없지만, 아무리 좋은 영양제라도 매일 아침저녁으로 규칙을 세워 쉴 새 없이 밀어 넣다 보니 내 몸속 장기들이 이것들을 분해하느라 너무 잔업에 시달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미안함이 들기 시작해 주말은 영양제 역시 출근하지 않게끔 바꾼 것이다.


주말 이틀을 비워내도 월요일의 피로가 가시지 않던 무렵, 요즘 부쩍 눈길이 가던 천연 소간 캡슐처럼, ‘이제는 인위적인 통제 대신, 자연 본연의 원료를 섞어가며 몸에 완급조절을 해줘야 할 때가 아닐까’ 하는 직감이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기존의 훌륭한 영양제들을 끊겠다는 게 아니라, 내 몸이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먹는 방식을 진화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오늘, 문득 요가의 마지막 사바사나 때 그 직감이 확신이 되었다. 매트 위에 가만히 누워 온몸의 힘을 빼고 모든 긴장을 내려놓은 순간,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스쳐갔다.


'죽으면 어차피 무(無)인데, 조금 빨리 썩고 늦게 썩고가 무슨 소용일까. 이왕 썩을 거 자연스럽게 잘 썩자.’


그 순간 거울을 보듯 내 마음이 선명하게 들여다보였다. 매일 꼭 먹어야 한다고, 이게 다 내 몸을 위한 거라고 굳게 믿어왔던 그 완벽한 규칙들이 사실은 내 몸을 옥죄는 또 하나의 강박이었다는 것을. 좋은 영양제일수록 내 몸이 지치지 않고 기쁘게 받아들일 때 진짜 효과가 나는 법인데, 나는 몸을 위한다는 핑계로 몸을 들볶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하여 나는 몇 년간 고집해 온 철옹성 같은 평일 매일의 루틴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주기로 했다. 어떤 날은 꼭 주말이 아니더라도 몸의 상태에 맞춰 영양제를 쉬어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자연스러운 천연 원료로 가볍게 채우기도 하면서 말이다.


나는 이제 죽어서도 쉽게 썩지 않는 완벽한 존재가 되기를 포기했다. 그저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 내가 고른 좋은 영양제들과 자연의 기운을 영리하게 나누어 먹으며, 조금은 느슨하게, 그리고 가뿐하게, 자연스럽게 아주 잘 썩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