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멀리 와서야 보이는 것들]
한참 별을 본 후, 옥상에서 내려온 뒤에도 한동안 몸이 떨렸다. 처음에는 추운 곳에 너무 오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아무리 몸을 감싸도 오한이 멈추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머리는 깨질 듯 아팠고, 온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가지고 온 해열제를 털어 먹고 이불을 덮었지만 열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추워서 이를 부딪칠 정도로 떨다가, 어느 순간에는 몸 안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뜨거웠다. 그토록 심하게 앓아본 적이 언제였나 싶었다.
밤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거의 하나뿐이었다.
‘아프다.’
머리가 아프고, 온몸이 아프고, 춥고, 뜨겁고, 목이 마르고, 그냥 푹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뿐이었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문득 이상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이날 밤, 인도에 도착해서 나는 홀리를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홀리가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나는 벌써 괜찮아지고 있는 걸까.
판공초가 아름답다고 감탄하고, 새로운 친구들과 웃고, 별을 보며 신이 나 있었고, 몸이 아파지자 그토록 사랑했던 홀리는 내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물론 여행을 즐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웃어도 되고,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껴도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자꾸 불편했다.
내가 정말 그렇게 사랑했던 존재인데. 사랑이라는 게 겨우 열이 나는 밤 하나 앞에서 이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는 건가. 떠올리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떠오르던 홀리가, 정작 몸이 아프자 한 번도 떠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서운하고 미안했다.
잊고 살았던 사람들은 다시 찾으면 됐는데, 홀리는 내가 기억하지 않으면 어디에 남아 있지.
나는 벌써 홀리를 잊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