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단신부임. 원룸. 혼밥. 혼자 하는 수영.
모두 혼자 보내야 하는 시간과 공간들이다.
예전에는 혼자 무언가를 하면 어색하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처럼 느껴져서 불편했다.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혼자 하는 것이 많아진다.
지금도 무언가를 혼자 하는 것을 즐기지는 않는다. 다만, 그 시간들을 잘 이겨내고 익숙해져야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한다.
지방 발령받고 내려왔을 때 가장 예상하기 어려웠던 부분이 혼자 살게 되면 생활은 어떻게 될까? 였다.
혼자 생활해 본 것은 90년대 초반 호주 시드니 어학연수시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때는 악착같이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했고, 비용 줄이려고 별 짓을 다 했었다. 물론, 그 노력들이 바탕이 되어 커리어뿐만 아니라 마음가짐에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지금의 생활은 좀 다른 측면이 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자주 묻는다. 지방의 혼자 생활이 어떠냐고. 나는 장단점이 있다고 답한다.
장점은 생활의 대부분을 혼자 결정하기에 편하다고. 혼자 있을 때는 가족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 없고, 결정하면 그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반면에 혼자서 해야 하기에 심심하고 재미가 없다. TV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도 밥 먹으면서 하루 일과를 이야기할 수도 없다. 물론 전화를 하면 되지만 통화는 점점 짧아진다.
같은 시기에 같은 본부로 발령 난 동료가 회식 후 귀가 도중했던 이야기가 기억에 난다. 걸어서 숙소에 다다라 횡단보도 보도블록에 기대서서 내 팔목을 부여잡고 약간 취한 목소리로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같이 발령받아 내려오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라고. 그 동료는 유독 외로움을 많이 타는 친구였다. 그 말 한마디에, 여태껏 겪어온 지루한 기다림과 여러 감정들이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졌다.
혼자 외롭다고 느꼈던 그 긴 세월들.
아이가 중학교 입학 후 학업에 집중하느라 나는 물과 기름처럼 따로 떨어져 나만의 성을 쌓을 수밖에 없던 10여 년의 시간들이 떠올랐다.
'가족들끼리 즐겁게 생활하려고 이 고생하는데, 이 무슨 상황이지?'라고 하늘 쳐다보며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런 생활을 탈피하고 싶었고, 뭘 위해 살고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매일 저녁마다 밥 같이 먹을 사람 찾느라 온 회사를 다 뒤지기도 하고, 매일 아침 똑같이 먹던 김밥에 물려서 이제는 다른 걸 뭘 먹어야 하나를 고민하던 순간들..
한 친구가 지나가며 했던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대전에 가게 된 것과 대전에서 생활하는 것에 대해 투덜대는 것을 듣고는 이런 이야길 했다.
"누가 알아. 대전 근무가 또 다른 길을 열어 줄런지"
폐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이제 한 발짝 내디뎌 본다.
그래도 외롭지만 혼자 걸을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