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뭐 하고 지내세요?

스승이라 불러준 사람들 앞에서, 나는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by산에태양

퇴직하고 여러 달이 지났을 때, 예전 임직원들이 번개 모임을 하자고 연락했다.

거절했다. 한 번이 아니었다.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몰랐고, 나를 소개할 말이 없는 사람이 옛 직원들 앞에 앉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핑계는 바쁘다는 것이었다. 바쁘지 않았다.

그런데 연락이 또 왔다. 이번에는 이런 말이 붙어 있었다.

저희는 대표님을 리더라고 생각했고,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 앞에서는 더 거절할 수 없었다. 마지못해 나갔다.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조용한 술집이었다. 별도의 방을 잡아둔 덕에 주변이 조용했다. 나까지 여섯 명이 모였다. 다들 즐거워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답게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늘 입구 쪽 자리에 앉는다. 담배를 피우러 나가기 쉽기 때문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그 자리는 비어 있었다. 퇴직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그들은 내 자리를 알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첫 질문이 나왔다.

"요즘은 뭐 하고 지내세요?"

아무렇지 않은 안부였다. 그런데 머쓱했다. 회사에 있을 때는 아무도 이걸 묻지 않았다. 물을 필요가 없었다. 어디에 계신지가 곧 무엇을 하는지였으니까.

그 짧은 사이에 떠오른 건 얼마 전에 끝난 첫 번째 일이었다. 그 일 말고는 말할 것이 없었다.

"컨설팅 쪽으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 말했다.

"역시 대표님은 그냥 안 계시죠."

고마운 말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곧 회사 쪽으로 넘어갔다.

지금 회사는 내가 있을 때와 완전히 다르게 돌아간다고 했다. 불편한 게 많다고 투덜거렸다. 힘들게 정착시킨 디지털 업무 체계가 있었다. 업무를 공유하고 히스토리를 남기는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후임자가 엑셀과 보고서를 좋아해서 그 플랫폼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짧게 말했다.

"그분 스타일이니까, 맞춰줘."

그 말을 하면서도 알았다. 내가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라는 걸.

이야기는 다시 흘렀다. 이번에는 우리가 함께 했던 시절로. 얼마나 힘들었는지, 글로벌 서비스를 어떻게 열었는지, 매출 1,000억을 어떻게 넘겼는지. 한 사람이 말을 꺼내면 다른 사람이 이어받았다. 웃음이 터졌고, 잔이 비면 누군가 채웠다.

그러다 알았다. 현재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 기준은 언제나 내가 있던 때였다. 미래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퇴직이란 이야기의 시제가 바뀌는 일이라는 걸, 그날 처음 느꼈다.

그 이야기가 싫었던 것은 아니다. 진짜였고, 좋은 시절이었고, 그 자리에서 나는 오랜만에 편했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이 굳어졌다.

그래, 창업이다. 내가 잘하는 것을 하자.

다만 무작정 법인부터 만들지는 않기로 했다. 예비창업자 자격으로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지원금을 받고, 내 사업이 되는지 검증도 받으면서 가자고 생각했다. 퇴직금을 쏟아붓는 방식이 아니라, 검증받으며 가는 방식으로.

방향은 정해졌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보니, 정해진 것은 앞으로의 방향뿐이었다. 오늘 누가 다시 지금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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