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철강성

포항의 철강성


포항은 철강도시다. 포스코가 있고 거대한 제철소가 있으며,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라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포항을 포스코가 만든 도시라고만 설명하면 이 도시의 역사를 절반밖에 보지 못한다. 포항은 제철소가 들어서기 전부터 동해안의 중요한 교통과 교역의 거점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영일만의 항구와 시장에 사람이 모였고, 근대에는 해운과 철도가 만나는 교통의 결절점이 됐다. 산업화는 없던 중심성을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형성되던 중심성을 폭발적으로 키웠다.


문제는 앞으로다. 철강산업의 성장만으로 포항의 중심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시대가 오고 있다. 그렇다면 포항은 철강을 벗어나야 할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철강에서 벗어나기보다 철강성을 더 넓게 확장해야 한다. 산업으로서의 철강을 신산업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공장 안에 머물러 있는 스틸을 건축과 디자인, 예술과 생활문화로 끌어내야 한다. 포항의 미래는 철강성의 약화가 아니라 철강성의 확장에 있을지 모른다.


동해안의 창구

포항의 중심성은 한 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오늘날의 포항시 영역은 영일현과 흥해군, 장기현 등으로 나뉘어 있었고, 더 큰 행정·경제 중심지인 경주의 영향 아래 놓여 있었다. 오늘날 포항 도심의 뿌리가 된 포항리도 작은 마을이었다.


그러나 18세기 들어 다른 종류의 중심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732년 조정은 영일현 포항리에 포항창을 설치해 경상도의 곡물을 모아 동해를 통해 강원도와 함경도로 보냈다. 행정의 중심은 여전히 경주였지만, 해운과 물류에서는 포항이라는 새로운 중심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기반은 근대에 더욱 커졌다. 영일만은 오래전부터 청어 산란지이자 어장이었는데, 20세기 전반 근대 어선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포항은 전국적인 청어 어업과 유통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한때 영일만의 청어가 전국 유통량의 60~70%를 차지할 정도였다. 청어를 비롯한 수산물이 모이고 거래되면서 항구와 시장도 함께 성장했다. 오늘날 죽도시장과 과메기로 이어지는 포항의 수산문화는 철강산업보다 훨씬 오래된 이 도시의 또 다른 산업적 뿌리다.


여기에 근대 철도가 들어오면서 포항은 해운과 육상교통이 만나는 결절점으로 성장했다. 항구와 철도, 시장이 결합하면서 포항은 동해안의 물자와 사람을 내륙으로 연결하는 창구가 됐다. 조선 후기의 포항창에서 근대의 수산업과 항구, 철도로 중심 기능이 차례로 쌓인 것이다.


이 중심성을 결정적으로 키운 것은 산업화였다. 1968년 포항제철이 설립되고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포항은 항구도시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로 변했다. 공장만 들어선 것이 아니었다. 노동자와 기업이 몰려왔고 주택과 상가가 생겼으며 학교와 병원, 문화시설이 따라왔다. 산업의 집적이 도시 기능의 집적으로 이어졌다.


철강산업은 포항의 배후지도 바꿨다. 주변 지역에서 인구가 유입되고 기업과 상업서비스가 집중되면서 포항은 물자를 중계하던 항구도시를 넘어 주변 지역에 일자리와 교육, 의료, 소비 기회를 제공하는 생활권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조선시대 경주의 주변에 있던 여러 고을과 포구 가운데 하나였던 포항이 불과 한 세기 사이 경북 동해안 최대의 중심도시로 역전한 것이다.


1982년 시작된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도 포항은 지방도시생활권의 중심도시로 제시됐다. 당시 계획은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분산하기 위해 전국에 지역생활권을 설정하고 지방 중심도시를 육성하려 했다. 포항이 이 체계에서 독자적인 생활권의 중심으로 자리했다는 사실은 산업화 이후 이미 포항이 대구의 단순한 주변도시가 아니라 동해안의 독립적인 중심지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그 중심성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4년 정부가 지역행복생활권을 설정할 때도 포항·경주·영덕·울진·울릉은 하나의 포항권 중추도시생활권으로 묶였다. 북쪽 동해안과 남쪽 경주를 연결하는 포항의 위치가 다시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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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이 만든 여섯 개의 앵커

포항의 중심성은 포항제철소 하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산업도시로 성장하면서 산업·교육연구·의료·상업·행정사법·문화의 중심 기능이 함께 집적됐고, 이들이 주변 지역의 사람과 자원을 포항으로 끌어들이는 앵커가 됐다. 실제 기관과 장소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철강산업이 어떻게 도시 전체의 중심성으로 확산됐는지가 보인다.


첫 번째 산업 앵커는 포스코 포항제철소다. 영일만 남쪽에 자리 잡은 거대한 제철소와 철강산업단지는 포항의 일자리와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낸 가장 강력한 경제적 구심점이다. 포항제철소를 중심으로 철강 제조업과 협력업체, 물류와 항만 기능이 집적됐고 이것이 포항의 인구와 도시 규모를 키웠다. 포항의 다른 앵커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경제적 기반도 상당 부분 여기에서 나왔다.


두 번째 교육·연구 앵커는 포스텍과 포항가속기연구소다. 포스텍은 철강산업에 필요한 연구개발과 고급인력 육성이라는 산업도시의 필요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포항의 전국적인 과학기술 경쟁력을 상징하는 기관이 됐다. 포항가속기연구소와 나노융합기술원 등 연구기관까지 집적하면서 과학기술 기반은 철강에서 첨단소재와 바이오, AI로 넓어지고 있다. 인구 50만 명에 못 미치는 도시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갖고 있다는 점은 포항 중심성의 중요한 특징이다.


세 번째 의료 앵커는 포항성모병원과 세명기독병원이다. 중견도시가 생활권 중심지로 기능하려면 주변 주민들이 전문적인 진료와 응급의료를 위해 찾아오는 의료기관이 필요하다. 포항의 종합병원들은 포항 시민의 생활시설인 동시에 경북 동해안의 의료 수요를 받아내는 도시 인프라다. 산업과 대학만으로 완성되지 않는 생활권 중심성이 의료에서 보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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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상업 앵커는 죽도시장이다. 죽도시장은 어시장과 음식점, 수산물 상점이 집적한 동해안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이다. 과메기와 오징어, 대게와 물회 같은 동해안의 식문화가 이곳에서 상품화되고 유통되면서 포항 시민뿐 아니라 주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상업과 수산업, 음식문화와 관광이 한 장소에서 결합한다는 점에서 죽도시장은 포항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업 앵커다.


다섯 번째 행정·사법 앵커는 포항시청과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이다. 생활권의 중심도시는 시장이나 병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행정과 사법 같은 공공서비스가 집중되면서 주변 지역 주민과 기업이 중심도시를 찾게 된다. 특히 법원과 검찰의 존재는 포항이 단순한 산업도시를 넘어 독자적인 공공서비스 중심지로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여섯 번째 문화 앵커는 포항시립미술관과 포항문화예술회관이다. 포항문화예술회관이 공연문화의 중심이라면 포항시립미술관은 산업도시 포항의 문화적 전환을 상징한다. 여기에 영일대와 구룡포, 호미곶 같은 장소가 관광 기능을 보완한다. 다만 산업과 과학 분야의 앵커에 비하면 문화 앵커의 구심력은 아직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것이 포항이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이렇게 보면 포항의 중심성은 하나의 거대한 공장이 만들어낸 단순한 기업도시의 중심성과 다르다. 포항제철소에서 시작된 인구와 자본, 기술과 수요가 포스텍과 연구기관, 병원과 시장, 행정·사법기관과 문화시설의 성장을 촉진했다. 철강산업의 규모의 경제가 도시 전체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기능이 집적되고, 다시 이 기능들이 주변 지역의 사람과 자원을 끌어들이는 집적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포항의 철강성은 철강 생산량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움직이는 이런 구조까지 포함한다.


공장 밖으로 나와야 할 철강

하지만 포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철강산업의 경쟁 환경이 달라졌고 인구 감소와 지역산업의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포항시는 이에 이차전지, 수소, 바이오·헬스, AI, 첨단소재 등으로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영일만산업단지와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도 새로운 산업이 들어서고 있다.


이를 탈철강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철강산업에서 축적한 소재·공정·엔지니어링과 연구개발 능력을 새로운 산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철강에서 소재로, 소재에서 이차전지와 수소로 이어지는 산업의 확장은 오히려 철강성의 진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철강성의 확장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포항은 세계적인 철강도시지만 정작 포항 거리를 걸으면 철강도시라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렵다. 제철소 안에서는 압도적인 스틸이 공장 담장을 벗어나면 사라진다. 포항의 거리와 건물은 다른 한국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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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을 제조업의 소재로만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스틸아트와 스틸크래프트, 스틸가구와 생활용품을 만들고 스틸하우스와 스틸건축을 실험해야 한다. 공공건축과 광장, 버스정류장, 벤치, 가로시설에도 철의 재료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도시브랜딩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인 철강기업이 생산한 소재를 지역의 건축가와 디자이너, 공예가와 소상공인이 다시 해석한다면 대기업의 산업생태계와 도시의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연결할 수 있다. 철강의 가치사슬도 원료와 중간재 생산에서 끝나지 않고 가구·건축·공예·생활용품 같은 소비재와 문화산업으로 길어진다. 철강성이 도시문화로 확장되는 과정 자체가 새로운 로컬 산업을 만드는 것이다.


철강도시라면 철강이 공장 안에만 있어서는 안 된다. 스틸이 포항의 어번스케이프에 각인되어야 한다. 산업의 철강성이 도시의 철강성으로 확장될 때 포항은 다른 산업도시와 구별되는 도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


다섯 개의 포항

포항의 또 다른 특징은 한 도시 안에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공간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나는 이전부터 이를 ‘다섯 개의 포항’이라고 불러왔다. 철강도시, 미국도시, 근대도시, 수산도시, 드라마도시다. 각각 만들어진 시기도, 산업과 건축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


첫 번째는 철강도시 포항이다. 포항제철소와 철강산업단지는 산업화 이후 포항을 만든 가장 강력한 공간이다. 제철소를 중심으로 기업과 노동자가 모이고 주거·상업·교육·의료시설이 성장하면서 오늘날 포항의 도시 규모가 만들어졌다. 거대한 제철소와 산업시설이 영일만의 경관을 지배하는 모습은 다른 어느 도시에서도 보기 어려운 포항만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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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미국도시 포항이다. 포스코가 임직원의 주거와 교육을 위해 조성한 지곡·효자 일대는 미국의 중소 대학도시를 벤치마크한 한국 과학도시의 전형에 가깝다. 풍부한 녹지와 저층 주거지, 포스텍과 호텔영일대 같은 시설이 어우러져 한국의 일반적인 산업도시와 다른 전원형 도시경관을 만든다. 여기에 효자시장 주변 효리단길과 달팽이바카라방 같은 독립 공간이 자리 잡으면서 계획도시의 생활환경 위에 대학도시 특유의 젊은 문화도 조금씩 쌓이고 있다.


세 번째는 근대도시 포항이다. 구룡포에는 일제강점기 수산업과 항구의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일본인 가옥과 거리의 흔적이 남아 있다. 포스코 이후의 산업도시 이미지에 가려졌지만, 구룡포를 걸으면 철강산업보다 앞선 포항의 또 다른 근대화 과정을 만날 수 있다. 오래된 건축과 골목, 항구를 활용한다면 구룡포는 포항의 시간적 깊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거점이 될 수 있다.


네 번째는 수산도시 포항이다. 그 중심에는 죽도시장이 있다. 어시장과 음식점, 수산물 상점이 모인 죽도시장은 포항의 수산물이 소비되고 외부로 유통되는 중심지다. 과메기와 물회, 대게와 각종 해산물로 이어지는 음식문화까지 생각하면 수산업은 철강보다 오래된 포항의 생활문화다.


다섯 번째는 드라마도시 포항이다. 포항의 긴 해안선과 작은 어촌, 오래된 시장과 상가는 최근 한국 드라마가 선호하는 바닷가 소도시의 배경이 됐다. 특히 「갯마을 차차차」가 촬영된 청하와 해안마을들은 철강도시와 전혀 다른 포항의 이미지를 국내외에 알렸다. 산업도시의 경관과 대비되는 바다·마을·골목의 풍경이 대중문화를 통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재발견된 것이다.


다섯 개의 포항은 이 도시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철강산업과 계획도시, 근대유산과 수산문화, 대중문화가 한 도시 안에 겹겹이 쌓여 있다는 것은 큰 자산이다. 그러나 이들이 서로 다른 장소에 흩어져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 포항의 중심은 오히려 흐려질 수 있다. 포항의 과제는 다섯 개의 차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정체성을 강화하면서도 서로 연결해 하나의 도시로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섯 개의 포항을 연결하자

먼저 도시 내부를 연결해야 한다. 포항은 보행으로 연결되는 골목도시가 아니다. 북구와 남구가 나뉘고 산업단지와 주거지, 원도심과 신시가지가 떨어져 있는 자동차 도시다. 지도상 거리는 멀지 않아도 걸어서 도시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포항에 이미 중요한 연결축이 있다. 효자역 일대에서 옛 포항역과 원도심 방향으로 이어지는 9.3㎞의 포항 철길숲이다. 운영이 중단된 동해남부선 철길을 공원으로 바꾼 이 길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다. 남구 효자·지곡 생활권과 북구 원도심을 보행으로 연결할 수 있는 도시의 척추다.


철길숲의 가능성은 효자역 부근에서 이미 확인된다. 효자시장 주변에는 학생 원룸촌을 배후로 효리단길이 형성돼 포항을 대표하는 골목상권으로 자리 잡았고, 인근 유강에도 작은 상권이 만들어졌다. 공원을 사람들이 걷기만 하는 길이 아니라 머물고 소비하는 ‘장사하기 좋은 길’로 만들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곡·효자의 계획도시와 대학문화가 철길숲을 따라 원도심까지 이어진다면 서로 분리돼 있던 포항의 생활권을 연결하는 새로운 도시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원도심 구간에서는 아직 그런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 철길숲이 원도심을 지나지만 주요 상권과 직접 맞물리지 않는 구간이 많다. 걷기 좋은 길은 만들었지만 상업과 문화, 창업으로 이어지는 도시경제의 축으로까지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 포항의 철강성을 결합할 수 있다. 철길숲의 효자역과 원도심 사이에 스틸 아트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드는 것이다. 영일대의 포항시립미술관이 작품을 전시하고 감상하는 공간이라면, 이곳은 철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직접 만드는 ‘제2의 미술관’이 될 수 있다.


스틸아트에만 한정할 필요도 없다. 금속공예와 가구, 조명, 주방용품, 생활소품, 건축 부품에서 디지털 콘텐츠까지 철을 활용하는 크리에이터가 작업하고 교육받고 제품을 시험하며 판매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포스코와 지역 제조기업은 소재와 기술을 제공하고 건축가·디자이너·공예가·로컬 크리에이터가 이를 소비재와 콘텐츠로 전환한다. 철길숲에서는 스틸 아트 페스티벌과 메이커 마켓을 열 수 있다. 철길숲을 걷는 것 자체가 철강도시 포항을 경험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다섯 개의 포항을 각각의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철강도시에서는 스틸아트와 스틸크래프트를 생산하고, 지곡·효자에서는 포스텍의 과학기술과 서점·음식·창업문화가 만나는 컬리지타운을 만들 수 있다. 죽도시장은 수산물과 음식 콘텐츠의 생산지가 되고, 구룡포는 근대건축과 로컬 브랜드가 결합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드라마도시는 해안경관과 대중문화 콘텐츠를 활용한다. 다섯 지역을 똑같이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포항을 더 포항답게 만드는 전략이다.


도시 밖에서는 생활권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 가장 가까운 파트너는 경주다. 포항의 철강·과학과 경주의 역사문화·관광, 원전산업은 경쟁하기보다 서로 보완할 가능성이 크다. 조선시대 포항 일대가 경주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면 산업화 이후에는 포항이 새로운 중심도시로 성장했다. 이제 어느 한 도시가 다른 도시의 주변이 되는 관계보다 서로 다른 중심성을 가진 두 도시가 기능을 공유하는 관계가 필요하다.


이미 더 큰 틀도 존재한다. 포항·경주·울산은 2016년 울산–포항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해오름동맹’을 만들었고, 2025년에는 세 도시가 함께 운영하는 해오름동맹광역추진단도 출범했다. 포항의 철강·이차전지, 경주의 원전과 역사문화, 울산의 자동차·조선·수소를 연결하면 국내에서도 보기 드문 산업·문화 도시연합이 가능하다.


포항의 중심성은 포스코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영일만과 포구에서 시작해 해운과 철도를 거쳐 철강산업으로 강화됐다. 이제 다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다. 철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철강성을 신산업과 도시문화로 확장하고, 흩어진 다섯 개의 포항을 연결하며, 경주와 울산까지 이어지는 동해안 생활권을 강화하는 것이다.


철강을 생산하는 도시에서 철강으로 도시를 만드는 도시로. 포항의 다음 중심성은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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