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란을 캐는 법도 모르면서

어쩌다, 텃밭! 21

by혜솔

토란을 캤다.

그동안 텃밭에서 여러 가지 채소를 길러 보았지만 토란은 처음이었다. 사실 토란이 땅속에서 어떻게 자라는지도 몰랐다. 누군가 토란 캐는 모습을 본 적도 없고, 토란 농사를 배워 본 적도 없다. 그저 내가 토란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심었다.

봄에 심어 놓은 토란은 여름 내내 커다란 잎을 펼치며 자랐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잎 위에서 또르르 굴러가는 모습이 예뻤다. 잎은 점점 커지고 줄기도 굵어졌다. 땅 위에서는 제법 위풍당당한 모습이었지만 정작 땅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며칠 전 텃밭에 갔더니 이웃 토란밭이 텅 비어 있는 걸 보고 아, 토란을 캘 때가 되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드디어 토란을 캐 보기로 했다.

먼저 호미로 밑동 주변의 흙을 살살 파냈다. 뿌리가 다칠까 조심조심 흙을 걷어 내다가 굵은 토란대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영차!

꿈쩍도 하지 않는다.

다시 좌우로 흔들어 보았다. 토란대는 흔들리는데 뿌리는 요지부동이다. 생각보다 땅을 단단히 붙들고 있었다. 다시 호미질을 했다. 조금 더 깊이, 조금 더 넓게 흙을 파내고 토란대를 붙잡아 흔들었다. 몇 번이나 씨름한 끝에 뿌리째 토란이 딸려 나왔다.


세상에!

굵은 뿌리 아래로 수많은 잔뿌리가 수염처럼 뻗어 있고, 그 사이사이에 동글동글한 토란들이 매달려 있었다. 큰 토란 곁에 작은 토란들이 옹기종기 붙어 있는 모습이 꼭 한 가족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이렇게 생겼구나!

마트에서 사 먹던 토란이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는지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흙 속에 감춰져 있던 모습을 처음 마주하는 일이 이렇게 신기할 줄이야.


나는 텃밭에 늘 혼자 다닌다. 그러니 농사일도 대부분 내 생각대로 한다. 모르면 궁리하고,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 때로는 그 방법이 엉터리일 수도 있지만 그 또한 내 농사의 재미다.

토란을 캐는 일도 그랬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호미로 파고, 흔들고, 당기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수확을 마쳤다.

토란은 맨손으로 만지면 피부가 가려울 수 있어 장갑을 단단히 끼었다. 흙을 털어 낸 토란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진짜 일은 그때부터였다. 토란 껍질을 벗겨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칼부터 들었다. 감자 깎듯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는데 토란은 감자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크기도 제각각이고 울퉁불퉁한 데다 미끄럽기까지 했다. 작은 토란 하나를 붙잡고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껍질을 깎았다. 며느리가 달려들어 까기 시작했다.


로리가 "엄마 뭐 하는 거야?"하고 묻자 며느리 왈,

"응, 시집살이하는 중이야" 해서 한바탕 웃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토란은 숟가락으로 껍질을 긁거나 벗기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을.


오늘은 이 토란으로 따뜻한 토란국을 끓여 먹기로 했다.

토란국은 예전에 한 번 끓여 본 적이 있다. 소고기와 무를 넣고 푹 끓인 국물에 토란을 넣으면 구수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난다. 특히 가을에 먹는 토란국은 속을 따뜻하게 해 주는 음식이라 더 좋다.

한 그릇의 토란국을 먹기까지 참 여러 번 손이 갔다. 흙을 파고, 토란대를 흔들고, 뿌리를 털고, 껍질을 벗기고, 국을 끓였다. 수확의 기쁨은 잠깐이지만 그 한 그릇을 얻기까지의 시간은 길었다.

따뜻한 토란국을 한 숟가락 더 떠먹는다. 올가을, 내 텃밭이 차려 준 가장 든든한 밥상이다.


소고기 토란국

3~4인분 · 약 50~60분


준비 재료

토란 400g, 소고기 양지 200g, 무 150g, 대파 1대, 다진 마늘 1큰술, 국간장 1~2큰술, 참기름 1큰술, 소금 약간, 물 1.5L

토란 손질하기: 장갑을 끼고 토란을 깨끗이 씻습니다. 끓는 물에 5~10분 정도 데쳐 한 김 식힌 뒤 껍질을 벗깁니다. 크기에 따라 시간을 조절하고, 이후에도 충분히 익혀야 합니다.

소고기 볶기: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먹기 좋게 썬 소고기와 나박 썬 무를 볶습니다.

육수 끓이기: 물 1.5L를 붓고 끓어오르면 거품을 걷어 냅니다. 중 약불에서 25~30분 정도 끓입니다.

토란 넣기: 손질한 토란을 넣고 15~20분 정도 더 끓여 속까지 완전히 익힙니다. 큰 토란은 반으로 잘라 넣습니다.

간 맞추기: 국간장과 다진 마늘을 넣고 부족한 간은 소금으로 맞춥니다. 마지막에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입니다.


# 우리 가족은 들깨를 넣는 걸 좋아해서 나는 들깨를 듬뿍 넣었답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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