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텃밭! 8
곧 장마가 시작될 것 같다. 잔뜩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가 오기 전에 서둘러 텃밭을 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화를 신고 밭으로 들어서니 후텁지근한 공기 사이로 풀냄새와 흙냄새가 진하게 올라왔다. 흙은 비를 기다리느라 바삭하게 말라 가고 있었다.
먼저 물길을 열어 주었다. 장맛비가 한꺼번에 쏟아져도 물이 고이지 않고 잘 빠져나가도록 고랑을 다듬었다. 흙을 밀고 당길 때마다 부드러운 흙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밭도 비를 맞을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오이는 잎이 누렇게 뜨고 마른 잎이 제법 많았다. 병든 잎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영양제를 뿌려 주었다.
가지와 방울토마토는 웃자란 곁가지를 정리해 바람이 잘 통하게 해 주고, 깻잎도 한 줌 따 담았다.
옥수수는 껍질을 살짝 벗겨 여문 정도를 살펴보니 단단하게 영근 것들이 보여 몇 개를 수확했다.
집으로 돌아와 옥수수 껍질을 벗기니 알이 빈틈없이 꽉 차 있었다. 바로 삶아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절로 감탄이 나왔다. 갓 삶은 찰옥수수는 달큼하면서도 쫀득했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로리도 옥수수 하나를 혼자 다 먹었다. 맛있다며 연신 웃는 모습을 보니 얼마 전 감자를 캐낸 자리에 옥수수를 더 심었던 일이 참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옥수수를 한 알, 한 알 뜯어먹으며 시 한 편이 저절로 써진 것도 재밌는 일이다.
옥수수
초록 이불을 살며시 열어 보니
노란 이가
가지런히 웃고 있다.
햇살을 한 알씩 먹고
바람을 한 줄씩 안고
여름을 꼭꼭 품었나 보다.
푹 삶아 김이 오르면
한입 베어 문 입안에
여름이
톡,
달콤하게 터진다.
비 오기 전 분주했던 하루. 흙을 만지고, 작물을 돌보고, 작은 수확을 안고 돌아오는 길은 늘 마음까지 넉넉하게 만든다.
텃밭은 오늘도 내 손길을 기억하고, 나는 흙이 건네는 계절의 선물을 한가득 품어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