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텃밭 7
연일 햇볕이 쨍쨍하다. 텃밭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 물을 주려면 아침 일찍이나 저녁에 움직여야 하는데 좀처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침에는 가족들을 출근시켜야 하고, 손주 로리를 유치원 버스에 태워 보내고 나면 오전이라 해도 대낮처럼 볕이 따갑다.
생각 끝에 아이들이 자는 틈을 타 살짝 다녀오기로 마음먹고 서둘렀다. 보통 7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시작하니 그전까지 돌아오면 된다. 새벽 6시, 텃밭으로 차를 몰았다.
도착하니 부지런한 농부 한 분이 벌써 밭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얼른 내 밭으로 뛰어갔다. 받아 놓은 물을 물조리개에 담아 며칠 전 심은 옥수수와 들깨, 오이에 듬뿍 주었다.
선선하고 시원한 공기가 피부에 닿자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 시간에 와서 물을 주면 작물도 생기를 찾고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되니 하루를 온전히 벌어 쓰는 기분일 것 같다. 뜨거운 대낮에 숨을 헉헉거리며 어기적거리는 것보다, 아침 일찍 서둘러 풀을 뽑고 물을 주면 볕이 달아오르기 전에 일을 끝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새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졌다. 집 앞에서 듣던 까치나 참새 소리가 아니었다. 예전 영동 산골에서 듣던 바로 그 새소리다. 텃밭 주변 숲에 저 새가 살고 있었구나 싶어 순간 오래 서 있었다. 이름은 모르지만 산골 집 거실 문을 열면 사방으로 퍼지던 맑은 소리.
아직 해가 들지 않은 푸르른 시간이다. 곧게 자란 먼저 심은 옥수수 대가 그늘을 드리워 준 덕에 내 밭은 대낮에도 조금은 덜 뜨겁다. 하지만 이 아침의 고요한 순간을 어찌 대낮과 바꾸겠는가. 이제부터는 아침 6시, 텃밭 출근이다.
호박이 제법 크게 열렸다. 며느리가 좋아하는 호박전을 부치려 두 개를 땄다. '무럭무럭 자라는 로리의 달밭'에서 이른 아침부터 수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