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텃밭 4
얼마 전 마트에서 오이지 담을 오이를 20개 사다가 오이지를 담갔다. 우리 텃밭에선 오이가 언제나 열릴까 생각하면서 …
오이 모종 세 개를 심어 두고 잘 자라거라 하며 정성을 쏟고 있는 중이었다. 오이 키우기가 까다롭다고들 해서 초반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어느새 노란 꽃이 피는가 싶더니 제법 굵직한 오이들이 줄기마다 매달렸다. 한 포기에서 아래위로 서너 개씩, 모종 세 개만 있어도 여름내 끊이지 않고 식탁에 오를 기세다.
며칠 집을 비우게 되어 마음이 분주해졌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남겨질 가족을 위해 밑반찬을 해두어야 했다. 손바닥만 하게 자라기 시작한 깻잎을 따서 며느리가 좋아하는 깻잎찜을 하고, 갓 수확한 싱싱한 오이 세 개를 깍두기처럼 썰어 새콤달콤하게 오이김치를 담갔다. 한 모퉁이에 수북이 자란 열무도 모조리 뽑아다 아들이 좋아하는 열무김치를 담았다. 냉장고가 풍성해졌다. 이 모든 게 텃밭에 조금씩 심어놓은 것들에서 채워졌다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뿌듯했다.
지금은 집을 떠나 여행길에 와 있다. 문득문득 집을 나서기 전 버무리던 오이김치의 상큼한 냄새와 손끝에 남았던 깻잎의 향이 스친다. 정성껏 채워둔 반찬 덕분에 멀리 와 있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든든하다.
씨앗을 심고, 거두고, 그것으로 식탁을 채우는 일. 텃밭이 주는 소박한 풍요로움은 여행지까지 고스란히 따라와 마음을 채워준다.( 솔직히, 밥을 몇 번이나 해 먹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