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텃밭 3
텃밭에서 바질을 수확했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초록 잎에서 향긋한 냄새가 난다. 손끝으로 잎을 살짝 스치기만 해도 바질 특유의 향이 퍼진다. 입맛을 다시게 하는 그 냄새에 어느새 바구니를 든 손이 바쁘다.
여린 잎을 하나둘 따다 보니 금세 한 바구니가 되었다. 오늘은 이 바질로 페스토를 만들어 로리가 좋아하는 바게트에 발라 줄 생각이다. 사실 로리는 아무것도 바르지 않고 노릇하게 구운 빵만 좋아한다. 오늘은 그 위에 초록빛 페스토를 듬뿍 올려서 줘 보려 한다. (아마, 안 먹을 듯... 담백한 걸 좋아하는 로리)
바질페스토는 해마다 만들어 여러모로 잘 썼다. 베란다 화분에 바질 몇 포기만 키워도 가족이 먹을 만큼은 충분했다. 올해는 텃밭 한 모퉁이에 다섯 포기를 심어 놓았더니 밭 가까이만 가도 향기가 먼저 맞아준다. 바람이 불 때마다 초록 향이 흘러나와 텃밭 전체가 작은 허브 정원이 된 듯하다.
수확량도 넉넉하다. 바구니 가득 담긴 바질을 보니 혼자 먹기에는 넘친다. 오늘은 넉넉하게 만들어 이웃들과도 나누어 먹으려고 한다. 텃밭의 기쁨은 수확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 것 같다. 함께 나누는 순간이 점점 더 커진다.
재료
바질 잎 100g 기준
올리브오일 150ml
잣 30g
마늘 2쪽
파르메산 치즈 50g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
만드는 법
1. 바질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2. 잣은 마른 팬에 살짝 볶아 고소한 향을 낸다.
3. 믹서기에 바질, 잣, 마늘, 소금을 넣고 간다.
(잣 대신 다른 견과류를 이용할 수도 있다. 나는 땅콩과 아몬드도 조금 더 넣었다.)
4. 올리브오일을 조금씩 부으며 원하는 농도로 맞춘다.
5. 마지막에 치즈와 후추를 넣고 한 번 더 갈아주면 완성.
소독한 병에 담고 위에 올리브오일을 살짝 덮어 두면 냉장고에서도 한동안 향긋함이 유지된다.
믹서기 뚜껑을 여는 순간 초록 향기가 부엌 가득 번졌다. 숟가락으로 콕 찍어 맛을 보니 봄부터 지금까지 햇볕과 바람을 먹고 자란 텃밭의 시간이 그대로 담겨 있다.
"할머니, 맛있는 냄새가 나요"
"응, 밭에서 따온 바질로 만든 거야, 딸기잼처럼 발라서 먹으면 돼."
빵에 발라주자 한 조각을 베어 문 로리가 엄지를 치켜든다. 그리고 바로 내려놓으며 "배가 안 고파요, 지금은 안 먹을래요." 한다. 아직은 낯선 맛이 당기지 않는 모양이다.
작은 병 3 개에 나누어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식빵을 만들어서 빵과 함께 이웃에게 전달해 주려고 반죽기를 꺼냈다.
텃밭의 수확은 채소만이 아니다. 향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일까지 함께 거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