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결혼정보회사에 처음 방문했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 바로 맞선을 보는 것도 아닌데 신경 써서 옷을 입고 화장을 했다. 매니저에게 잘 보이면 좀 더 신경 써서 소개해 주지 않을까 하는 나만의 기대 때문이었다. 가입 매니저와 커플 매니저가 따로 있다는 건 커플 매니저가 정해진 후에야 알았다.
처음 결정사에 가입할 때만 해도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을까? 결혼정보회사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몇 번의 만남을 거치고, 기대했다가 실망하고,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가 다시 내려놓기도 하면서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에 돈을 지불한다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었다. 프로필만으로 상대를 판단해 만날지 말지를 정해야 했다. 만나면 나를 설명하고, 다음 만남을 기대하고, 때로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한 번의 만남이 끝날 때마다 작은 결론들이 쌓였다. 이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구나. 이런 부분은 생각보다 중요하구나.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원하는 것은 조금 다를 수도 있겠구나. 남자에 대한 데이터가 늘어나면서 체크리스트도 생겼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체크리스트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조건이 맞는다고 마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괜찮은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인연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계약 기간이 끝났고, 재계약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가입 중반까지만 해도 재가입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계약이 끝날 무렵이 되자 여기 아니면 어디서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재계약은 하지 않기로 했다. 커플 매니저는 나를 소개해 주려는 매니저들이 많다며 재계약을 권했다.
그럼 진즉 소개해 줄 것이지, 이게 무슨 경우람?
물론 상술이겠지만, 그 말을 듣고 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결정을 조금 더 빨리 내릴 수 있었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시간이 아무 의미도 없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결과만 놓고 보면 찾지 못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도 분명 있었으니까.
다만 이제는 같은 방식으로, 같은 강도로 누군가를 찾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인연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만나고 싶다. 마음이 가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조금 더 알아가고 싶다.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는 마음까지 계약 종료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마음을 이루기 위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내 일상을 좀 더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해야 할 일을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가끔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에도 나가보면서. 어쩌면 인연을 찾는 일도 삶의 한 부분일 뿐인데, 어느 순간 그것이 삶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그 과제를 잠시 내려놓으려고 한다.
일상을 열심히 산다고 갑자기 좋은 인연이 찾아올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내 생활을 잘 꾸려가는 것과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꼭 서로 경쟁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찾으러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문을 닫아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문 앞에 서 있을 생각도 없다.
내가 할 일을 하며 살아가다가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예상하지 못한 자리에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지금으로서는 괜찮다.
결혼정보회사와의 계약종료로 더 이상 멍석을 깔아주는 만남은 없다.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인연의 가능성을 열어두려고 한다.
그러니 당분간은 잘 살아보는 수밖에.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끝으로 결혼정보회사 가입을 고민하는 분들께 이렇게 말하고 싶다.
“빚내서 가입하는 것만 아니라면 추천합니다. 저는 실패했지만, 당신은 성공할 수 있으니까요. 행운을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