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도 못 찾은 내 짝

by라엘리아나

결혼정보회사는 목돈을 내고 가입하는 곳이다. 가입한다고 바로 결혼까지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돈을 낸 만큼 짝을 만날 기회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마냥 소개팅이나 맞선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조건의 사람을 만날 가능성도 높아질 것 같았다. 그래서 가입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나는 돈을 내고도 내 짝을 찾지 못했다. 나름 열심히 만난 것 같은데 내 짝은 없었다.


결혼정보회사는 말 그대로 돈을 내면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아주는 곳이다. 내 조건을 입력하고, 상대방의 조건도 확인하고, 서로 괜찮으면 만나고. 그래서 굉장히 효율적일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사람을 만나는 일은 예상대로 효율적으로만 굴러가지는 않았다.

돈을 냈다고 짝이 생기는 건 아니더라.

가장 큰 착각이었다. 가입비를 내고 나면 매니저가 알아서 누군가를 찾아줄 것 같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다. 조건이 괜찮다고 해서 마음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해서 나도 그 사람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프로필을 보고 “음… 괜찮은데?”라고 생각해서 만나도 막상 만나보면 “아… 이건 아니구나.” 싶을 때가 많았다. 반대로 처음에는 별 기대가 없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의외로 괜찮은 경우도 있다. 결국 프로필 몇 줄과 사진 한 장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생각보다 '조건'의 세계였다. 결혼정보회사에 가면 평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보게 되었다. 나이, 직업, 학력, 지역, 키, 재산, 가족관계… 평소라면 사람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알아갈 것들을 처음부터 하나씩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조건표를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것이니 현실적인 조건을 따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건을 하나씩 맞춰볼수록 사람을 만나는 일이 더 어려워지는 느낌도 있었다.


그래도 나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좋았던 부분들도 있었다. 나의 생활 반경에서는 절대 만날 일이 없었을 사람을 만나볼 수 있었고, 내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머리로 생각하던 이상형과 실제로 만나서 좋았던 사람이 꼭 같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마흔이 넘어서, 그것도 결혼정보회사에서 이런 걸 깨닫게 되다니.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그나마 이런 수확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쨌거나 이곳에 내 짝은 없었다. 열심히 만나봤고, 나름 기대도 했고, “이번에는 혹시?”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내 짝을 찾지는 못했다. 돈도 냈고, 시간도 썼고, 여러 사람도 만나봤는데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하니 허무하기도 했고, “내가 잘못한 게 있었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니 꼭 실패라고만 할 일도 아니었다. 내 짝을 찾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관계가 나에게 맞는지는 이전보다 조금 더 분명해졌다. 흐릿했던 기준이 어느 정도 선명해진 것만도 나름의 수확이었다. 그래서 그 수확에 대한 지불을 한 것 같았다. 그래도 비싸긴 하지만.


마지막 만남까지 끝내고 나니 계약 종료 연락이 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가입 프로모션을 소개하는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내 인생에 결혼정보회사란 선택지는 없었고, 재가입이란 선택지는 더더욱 없었다. 그런데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고, 재가입에 파격적인 할인을 해준다면 살짝 흔들릴 것도 같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파격적인 할인을 해줄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자기 객관화가 너무나 잘 되어있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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