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난 40대의 연애는?

by라엘리아나

'결혼정보회사'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프로필을 주고받고, 정해진 장소에서 만나 애프터와 삼프터를 거쳐 결혼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직진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설렘보다는 조건이 앞서고, 연애보다는 '검토'에 가까운 만남일 거라는 편견도 있다. 거기에 40대라는 나이까지 더해지면 그 이미지는 더 굳어진다. 사랑보다는 현실, 떨림보다는 계산이 앞설 거 같은 느낌이 강한데 내가 실제로 겪어보니, 이 편견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호기롭게 가입한 결혼정보회사였지만 열 명을 만나고도 결혼은커녕 연애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회의감이 심하게 밀려오던 때였다. 탈퇴를 심각하게 고민하던 참에 두 명의 프로필이 도착했다. 신기하게도 몇 시간 전까지 곱씹던 탈퇴 고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둘 중 누구를 만날지 고민하고 있었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싶었다. 얼마 남지 않은 만남 횟수를 생각하며 조금 더 편안한 느낌 남자를 만나보기로 했다.


첫 만남에서 시작은 별로였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서 제대로 된 사과가 없어서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마주하니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대화가 오갔다. 결혼정보회사에서 만났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편안하고 즐거운 두 시간이었다. 헤어질 무렵엔 다음 만남과 함께 볼 영화까지 자연스럽게 정해서 그게 애프터 신청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그는 연락이 없었고, 내가 착각했나 싶을 즈음 다시 연락이 왔다.


돌이켜보면 그는 연락에 유난히 서툰 사람이었다. 그래서 연락 부분에 대해 서운할 때가 많았는데 막상 마주 앉으면 그런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었고, 가치관도 잘 맞았다. 그 편안함이 매번 서운함을 상쇄하고도 남았던 걸 보면, 그때 이미 마음이 많이 기울어 있었던 것 같다.


한 번은 솔직하게 물었던 기억이 난다. "왜 연락을 잘 안 해요?"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원래 연락이 잦은 스타일이 아니고, 센스가 좀 없는 편이라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에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는 내 믿음에 부흥하듯이 가보고 싶었지만 여건상 가지 못했던 곳들을 데려가며 함께 즐거운 데이트를 했다.


그와 연애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대화였다. 유머러스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가치관과 코드가 잘 맞아 친한 친구처럼 편안했다. 하루는 그가 철학 유튜브 링크를 보내왔는데 누구에게도 받아본 적 없는 종류의 링크였다. 그날 저녁 긴 시간 그 영상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삶을 바라보는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걸 확인했다. 이전 연애에서는 채워지지 않았던 지적인 갈증이 그제야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100일이 되던 날엔 내가 직접 케이크를 만들어 둘만의 파티도 했다. 결혼정보회사에서, 그것도 마흔 넘어 시작한 만남이 이렇게 설레고 즐거울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그렇게 잘 통하는 사람을 마흔 넘어 만나고 보니, 그 무렵 자주 들었던 생각이 있다. 우리가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그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한 번은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10년 전에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에게 들었던 말 중 두 번째로 설레는 말이었다. (첫 번째는 "성심당 갈까요?"였다.) 우리가 좀 더 젊었을 때 만났다면 지금보다 더 열정적으로 연애했을 거고, 지금쯤이면 함께 마련한 '자가'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한편으로는 지금이라도 만난 게 어디냐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 안 했으면 어땠을지 아찔하기도 했다.


이제 곧, 우리는 결혼정보회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처럼 결혼으로 직진할 줄 알았다. 그런데 꼭 인생은 늘 안심하는 순간에 생각지도 못한 비극을 던져놓는다. 행복한 결혼으로 이어질 줄 알았던 우리의 관계는 그의 잠수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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