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에 관하여

by황규석

예전에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에 관하여

-바나나의 배꼽인사-


예전에 나는

누군가를 오래 미워한 적이 있었다.


그 사람 이름만 들어도

괜히 표정이 굳어졌고,


술 한잔 들어가면

괜히 옛이야기처럼 꺼내곤 했다.


“그 인간만 아니었어도…”


마치 내 인생의 몇 장면쯤은

그 사람이 망쳐놓은 것처럼 말했다.


젊은 날의 나는

억울함을 오래 보관하는 사람이었다.


상처받았다는 사실보다

무시당했다는 기억을 더 견디지 못했고,


지는 것 같은 기분이 싫어

혼자 속으로 수십 번 복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참 이상하다.

시간은 미움에도 먼지를 앉힌다.


그렇게 싫던 사람 얼굴도

이제는 흐릿해졌고,


왜 그렇게까지 화가 났는지도

가끔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대신 또렷하게 남은 건

그 시절의 내 표정이다.


괜찮은 척했지만 예민했고,

강한 척했지만 사실은 많이 흔들리던 사람.


어쩌면 나는 그 사람보다


그 사람 앞에서 초라해졌던

내 자신을 더 미워했는지도 모른다.


중년이 되고 알게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결핍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함부로 말하던 사람도

속은 불안했을 수 있고,


누군가를 공격하던 사람도

사실은 자기 삶이 버거웠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이제는 안다.


미움을 오래 품는다고

내 인생이 나아지진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용서보다 먼저

놓아주는 연습을 하게 된다.


예전에 내가 미워했던 사람들.

돌아보면 그들은


내 청춘의 흉터이자,

조금은 철들게 만든 불편한 스승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사람들을 떠올리기보다


오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들과

더 오래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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